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을 통해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싱가포르가 함께 이룬 위대한 성과"라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싱가포르는) 더 좋은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진다면 우리의 경제협력은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연설 전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부총리님, 테오 시옹 셍 싱가포르 기업인 연합회장님,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님, 양국 경제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특별히 감회가 깊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15년 만의 국빈방문이기도 하지만, 지난달 열린 북미정상회담의 여운 때문일 것입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저와 우리 국민은 북미 간의 화해를 아주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싱가포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역사적인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국민께서 미국 치즈와 북한의 김치를 곁들인 '평화버거', 북미 정상의 얼굴을 그려 넣은 '김정은·트럼프 라떼' 같은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정상회담을 기념해 주셨습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싱가포르가 함께 이룬 위대한 성과입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에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 준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양국 경제인 여러분,
싱가포르는 참으로 풍요롭고 조화롭습니다.
스카이라인을 이룬 고층 빌딩들은 독특합니다.
도심 곳곳의 푸른 공원들에서 리콴유 전 총리님의 혜안이 엿보입니다.
거리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와 종교가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이룬 싱가포르의 경제발전이 정말 놀랍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6만 달러, 80%의 높은 고용률, 세계적인 물류 허브, 세계 4대 국제금융 및 원유 시장,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 서울시 크기의 국토에 인구 560만 명이 사는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가 이룬 눈부신 성과입니다.
개방과 포용, 능력중시와 실용주의, 엄격한 법치와 규율이 근간이 되었습니다.
인구의 30%가 외국인이고, 무역규모가 GDP의 2배가 넘으며, 관광객 수가 인구의 3배가 넘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경쟁력과 청렴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절제하며 개방과 포용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든 싱가포르의 위대한 지도자들과 국민께 존경을 표합니다.
경제인 여러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싱가포르와 한국은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싱가포르 최고층 건물인 탄종파가 센터, 세계 최고수준의 창이 국제공항에는 한국 건설회사의 땀과 열정이 녹아있습니다.
3개의 고층 빌딩을 배 모양으로 연결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800여개의 한국기업은 물류, 제조, 서비스업 분야에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싱가포르 경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 지금은 한국에 4번째로 큰 투자국이 되었습니다.
국민 간의 교류도 지속해서 확대되어 작년 한 해 85만 명이 양국을 오갔습니다.
요즘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청년들이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거점인 싱가포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1천500명이 넘는 한국 청년들이 지난 3년간 싱가포르에서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존경하는 경제인 여러분,
저는 오전에 리센룽 총리님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미래지향적으로 한 단계 더 높여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저는 작년 아세안 순방에서'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사람중심의 경제 협력을 통해 상호 간 번영을 누리고, 평화로운 미래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세안의 선도국가이며,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가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양국 발전의 기반이 될 미래지향적인 협력방향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입니다.
오늘 양국은 4차 산업혁명 공동대응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스마트제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 등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싱가포르의 혁신역량과 자본력에 한국의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첨단산업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하며 혁신적 창업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싱가포르는 바이오, 정보통신, 미디어 등 주요 성장동력을 한데 모아 중점 육성하는 ‘원-노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생활연구소(Living lab) 개념의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혁신창업으로 신산업을 육성하는 혁신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오늘 체결한 양국 간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협력 양해각서는 양국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의 기회를 함께 찾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둘째, 경제 협력이 국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리센룽 총리님은 4년 전 스마트네이션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람들이 성취감을 느끼는 삶을 살고, 모두에게 신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멋지고 원대한 포부입니다.
제가 추진하는 '사람중심 경제'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더 나아지는 것입니다. 지금 두 나라가 지향하는 방향이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마트네이션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며 그 비전을 함께 실현하길 바랍니다.
지금 한국이 추진하는 스마트시티는 ICT, 인공지능, 친환경에너지 등 첨단기술의 집합체이며 국민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노력이 싱가포르 스마트네이션 구축에 기여하게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싱가포르가 주도하여 추진 중인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사업에 한국은 아세안의 미래 동반자로서 적극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 체결한 환경협력 양해각서를 기반으로 푸르른 나라를 만드는 일도 함께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도입하고, 스마트그리드 기술로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질서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양국 경제성장의 토대는 자유무역과 개방정책입니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개방국가이자 자유무역국가로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양국은 오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을 연내에 타결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RCEP 협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방 수준이 아니라 타이밍입니다. 빠른 시간 안에 타결함으로써 보호무역주가 확산하는 세계 무역 기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이 마무리되면 상호 간 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현재 200억 달러 수준인 양국 교역과 상호 간 투자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제인 여러분,
세계가 주목하는 양국의 경제발전은 경제인 여러분의 열정과 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020년이면 양국 수교 45년입니다. 양국의 눈부신 교류와 협력의 역사도 바로 경제인 여러분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양국은 서로 교류하면서 경제, 안보, 문화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었고, 이곳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진다면 우리의 경제 협력은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싱가포르의 속담처럼 오른손만으로는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한반도를 넘어 아세안의 평화와 번영이 이뤄질 것입니다.
서로에게 배우며 미래를 향해 함께 갑시다.
마주라 싱가뿌라(Majulah Singapura·전진하라 싱가포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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