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비이자 이익 늘리기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금리상승기임에도 정부와 여론의 따가운 눈치 탓에 더 이상 '이자 장사'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이자 수익 대부분은 펀드와 신탁 등 자산관리(WM) 상품에 치중돼 있다. 글로벌 대형 은행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해외 투자은행(IB) 시장을 잡아야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미쓰비시 은행(MUFG), 홍콩·상하이 은행(HSBC) 등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전체 수익 가운데 해외 IB 비중이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상위 9개 투자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784억 달러(약 89조원)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의 전체 수익 중 해외 IB 비중은 평균 3%에 불과하다.
그룹사의 IB 역량을 결집시킨 신한금융지주의 GIB(그룹&글로벌 IB)가 그나마 눈에 띄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1분기 7.6%, 상반기 9.6%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당시 "2020년까지 GIB 비중을 전체 손익 비중의 14%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급해진 다른 은행들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터 인프라금융까지 글로벌 시장 대체투자에서 수익 기회를 노리며 현지 IB 데스크 설치를 늘려가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굵직한 금융사들이 하반기 영국 런던에 IB 데스크 설치를 타진 중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의 IB 데스크를 운영 중인 우리은행은 동남아시아로 투자금융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은행이 IB 시장을 잡으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투자자산을 발굴해 수수료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지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새로운 먹거리 중심의 대체투자를 늘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중심으로 IB 벨트를 구축하는 것도 선진국에 있는 양질의 자산을 담겠다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국내 기업의 크로스보더(Cross-Border·국경 간) 딜 중개, 자문업무 강화 등을 통해 국제화 능력을 강화하는 초석을 다질 필요가 있다"며 "스스로 IB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고 업무 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적 포지셔닝을 수립한다면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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