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의 급락으로 세계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은, 이른바 '터키 쇼크' 이후 일주일간 신흥시장에서 유출된 자금이 1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가 1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신흥시장에서 증발한 자금은 14억 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대부분인 13억 달러는 주식 시장에서 빠져 나갔다. 채권에서 유출된 금액은 1억 달러 수준이었다.
지난 7월까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의 흐름이 일주일 새 흐트러진 데는 터키 쇼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터키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터키 리라화가 급락한 가운데 신흥시장 내 자산과 통화 가치에 대한 하락 압박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가별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각각 6억 달러, 5억 달러 수준이다. IIF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남아공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의 약 80%는 주식 매입 등의 포트폴리오 형태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자금 흐름도 약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과 미국발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인도 루피화 환율이 오른 가운데 터키 리스크가 악재로 겹치면서 달러당 루피화 환율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9% 하락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가 보도했다. 한편 태국, 카타르, 브라질은 반대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IIF는 "이번 자금 흐름은 터키 금융위기의 불확실성이 며칠 사이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면서도 "다만 올해 초에 있었던 터키발 신흥국 위기와는 달리 현재까지는 상대적으로 영향 정도가 제한적이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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