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시장은 왜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낼 때마다 휘청거릴까.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지점을 둔 외국계 증권사 15곳이 올해 들어 내놓은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을 담은 비율은 약 13%를 기록했다. 역시 부정적인 평가로 여겨지는 중립 의견 비율도 29%가량 됐다. 매도·중립 보고서가 40%를 넘어서면서 매수 보고서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별로 매도 의견을 담은 비율을 보면 CLSA증권이 3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23.9%)과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17.5%), CGS-CIMB증권(16.7%) 순으로 매도 비율이 높았다.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 32곳이 내놓은 매도 보고서 비율은 0.1%에 그쳤다. 매수와 중립 의견은 각각 88.6%, 11.3%로 집계됐다. 90%에 가까운 보고서가 칭찬 일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증권사가 객관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를 앞세워 공매도로 이득을 본다는 비난도 없지는 않다. 실제로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제시한 상장법인을 보면 대체로 공매도 비중이 높았다.
얼마 전에는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런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7일 하루에만 각각 2.6%, 3.6%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8월 셀트리온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 회사 주가는 추락했다. 해당 보고서는 제약·바이오주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와 셀트리온은 공매도 규모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종목이다.
투자자가 외국계 매도 보고서에 대한 내성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증권사가 내놓은 긍정적인 보고서에만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많다. 회사 안에서 리서치센터 위상이 떨어졌고, 애널리스트에 대한 처우도 나빠졌다. 실적이 악화되면 가장 먼저 살림을 줄이는 곳이 리서치센터라는 말도 있다.
한 전직 애널리스트는 "국내 애널리스트도 충분히 매도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는 고객인 기관 투자자 입맛에 맞는 보고서만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장법인도 매도 보고서를 내는 애널리스트에 반감을 대놓고 드러낸다.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면 기업탐방을 금지하거나 자료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2015년 '매도 보고서 비율 공시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도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는다"라며 "건전한 투자환경을 만들려면 리서치센터가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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