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개최 시점을 '11월 6일 이후'로 거론하면서 11월 중순 개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이 끝난 직후 직접적인 일정이 거론된 만큼 북·미 간 핵담판이 연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미 중간선거 이후 개최" 11월 중순 유력...후보지 3~4곳
미 의회 전문지 더힐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관련해 "중간선거가 열리는 11월 6일 이후가 될 것"이라며 "다만 개최 시기가 너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에도 연내 회담 가능성을 시사해왔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제2차 정상회담이 중간선거 이전에 성사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11월 중순 이후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기적으로 1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일단 11월 11일에는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 방문이 예정돼 있다. 미국 추수감사절인 22일을 지나 30일에서 12월 1일까지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를 찾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직접 언급한 만큼 셋째주 개최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중간선거가 사실상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선거 전까지는 국내 유세에 집중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현재 회담 개최 장소로는 3~4곳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2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계획을 짜고 있다"며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과 달리 2차 회담은 다른 곳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개최지로는 평양과 판문점, 스위스 제네바·스웨덴 스톡홀름 등 유럽 일대, 미국 등이 거론된다. 1차 회담 장소였던 싱가포르처럼 보안이 용이한 하와이나 괌 등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회담이 미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결국 미국 땅에서, 그리고 그들의 땅에서도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고급 휴양지인 플로리다 주의 마러라고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데려간다면 그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정상이 북한과 미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 가능성을 나타낸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북·미 국교 정상화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 연내 핵담판 성사 가능성 주목...대북제재 해제 여부도 관심사
지난 7일 이뤄진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서 '비핵화 진전'을 이뤘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후속 회담 일정을 언급하면서 연내 북·미 간 핵담판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월 열린 제1차 정상회담에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와 완전한 비핵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그쳤지만 2차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적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CNN 등에 따르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우리는 전임 정부가 80년간 이루지 못한 일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좋은 진전을 이뤄왔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여전히 좋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북·미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귀국 후 방북 보고차 백악관에 들어가는 길에 "갈 길이 멀고 할 일은 많지만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를 향한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대북제재에 대한 해제를 명분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낼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 성장 잠재력을 거론하면서 많은 국가와 기업가, 은행들이 대북 투자를 원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주목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우리가) 뭔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를 단행한다면 어느 정도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사실상 시사한 것이다.
미국과학자연합의 수석 연구원인 아담 마운트는 "풍계리 핵시설에 검사관을 허용할지 여부가 북한의 시설 검증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단이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평양 회담을 토대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겠지만 비핵화 논의와 더불어 북·미 관계 개선 등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실제 회담에서 양측 정상들의 태도가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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