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하락의 가장 큰 변수로 '강달러'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NBC는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최근 뉴욕 증시의 팔자 행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강달러"라고 최근 지적했다.
◆ 미국 거대 기업들 '강달러' 위험 강조
유럽 주요국 통화와 달러의 가치를 비교하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무려 5%나 상승했으며, 52주 고점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달러인덱스는 29일(이하 현지시간) 기준으로 1달 간 1.2%가 넘게 올랐으며, 3달 사이 2.3%가 급등했다. CNN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보다 강달러가 미국 대기업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P&G를 비롯한 대기업 임원들은 몇 개월전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 때문에 당황하고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미국 달러와 다른 통화와 벌어지는 가치 격차는 국외 판매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특히 타격을 주고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환율전쟁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기업은 안호이저 부시, 3M, 할리 데이비슨, 킴벌리 클라크, 캐터필러 등이다. 달러의 강세는 미국의 나홀로 성장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이 주원인이다. 연준은 탄탄한 경기를 바탕으로 점진적 금리인상이라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결국 달러의 가격을 높이게 마련이다. CNN은 "강달러는 국외 사업 지분이 많은 기업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며, 국내에서도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으며, 경쟁력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해즈브로, 할리 데이비슨 등이 주요 피해 기업
강달러 추세로 피해를 입는 기업들은 할리 데이비슨, 킴벌리 클라크, 질레트 등이 대표적이다. 3M과 캐터필러와 같은 산업주들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장난감 제조업체인 해즈브로(Hasbro)를 비롯해 할리 데이비슨은 강달러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할리데이비슨의 경우에는 알루미늄과 철장의 가격상을 비롯해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에 대한 보복관세로 중국과 유럽에서 판매량이 최근 줄어들었다.
킴벌리 클라크의 COO인 마이클 쉬 (Michael Hsu)는 강달러가 2019년에 큰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3M의 경우에도 올해 주가당 이익이 5센트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약달러 시기에 예상한 주당 수익은 10센트에서 15센트 수준에 비해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P&G CFO인 존 몰러(Jon Moeller)는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는 다른 국가들보다 높아지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금리 차는 점차벌어지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는 달러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우리가 직면한 진정한 위험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P&G와 킴벌리 클라크는 내년에 일부 품목들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CNN은 "강력한 달러는 거대 기업들의 이익을 줄일 뿐만아니라, 미국산 제품을 사던 소비자들에게도 손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현상이 향후 일정 기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무역전쟁 우려로 신흥국 통화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견고한 미국 경제상황은 되레 미국 대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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