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끌고 있다. 금융(Financial)과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합친 말이 핀테크다. 이제는 결제나 송금, 주식투자 같은 간단한 금융업무가 모두 핀테크로 이뤄진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핀테크 선진국으로 올라서기에는 우리나라 금융 자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자율성 키워야 핀테크도 성장
15일 다국적 회계기업인 언스트앤드영(EY)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핀테크 도입률은 2017년 평균 3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32%로 평균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중국(69%)에도 크게 밀렸다.
보고서는 핀테크 정도를 4단계로 나누었다. '초기 수용'과 '초기 대중화'를 거쳐 '후기 대중화'와 '말기 수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핀테크 산업이 초기 대중화 단계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중국은 후기 대중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됐다. 인도도 핀테크 도입률이 52%로 후기 대중화 단계다.
여전히 초기 대중화 단계이지만 세계 평균보다 높은 도입률을 기록한 곳은 영국(42%)과 브라질(40%), 호주(37%), 스페인(37%), 멕시코(36%), 남아프리카공화국·독일(35%)이다. 미국은 33%를 기록했다.
물론 EY 보고서에도 한계는 있다. 그렇더라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강맹수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EY는 일회성 사용과 지속적 사용을 구분하지 않았다"며 "기존 금융사가 관련기술을 이미 충분히 적용하고 있다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분야 전반에 IT를 도입해온 우리나라도 이런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KPMG는 올해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을 뽑았다. 미국은 가장 많은 19개 기업이 여기에 포함됐다. 2·3위는 각각 호주(10개)와 중국(9개)이 차지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은 한곳뿐이었다. 100대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분야는 대출(32%)이다. 이어 결제(21%)와 자본시장(15%), 보험(12%)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강맹수 연구위원은 "경제 규모가 크고 금융 자유도가 80점 이상인 영미권 국가에 100대 기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많은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핀테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물론 중국은 금융 자유도가 상당히 낮지만, 핀테크 기업에는 규제가 매우 느슨하다"고 덧붙였다.
◆찾기 어려운 핀테크 스타트업
우리나라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찾기도 어렵다. 도리어 기존 유통·IT 대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이용액은 2017년에만 전년 대비 약 160% 늘었다. 여기서 삼성페이나 SSG페이 같은 기존 기업 비중은 71%를 넘어섰다.
간편송금 이용액도 같은 기간 420% 가까이 증가했다. 이 시장에서도 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페이가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핀테크 대출 부문에서는 부실률이 크게 늘었다. 90일 이상 연체 기준으로 볼 때 부실률은 현재 평균 6.4%에 달한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도입 초기 단계다. 극소수 기업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EB하나은행 자료를 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원, 2025년 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유연해져야" 한목소리
해당업계에서는 유연한 규제가 핀테크를 키우기 위한 관건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강맹수 연구위원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게 '원스톱 규제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루려면 편의성도 뛰어나야 한다. 그는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핀테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금융에서는 신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많이 신뢰할수록 새로운 서비스도 빨리 퍼진다.
그는 "기존 금융사는 후발주자로 핀테크에 뛰어들어도 신뢰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다"며 "핀테크 스타트업이 이를 만회하려면 기존 금융사와 손잡을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핀테크에서도 소외계층은 생기게 마련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 소외계층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하고, 당국도 평가 가산점을 비롯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에도 핀테크는 기여할 수 있다. 생산적 금융은 자금중개 기능을 정상화해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성장잠재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을 제공하려면 디지털 기술 혁신을 활용해야 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