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선거 앞두고 정치논쟁 휘말린 영화제...'제2 쯔위사태'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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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11-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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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위 감독 '대만 독립' 옹호 발언에···중국 대륙 연예인들 일정 취소

  • 판빙빙 등 中 연예인 SNS에 대만 독립 지지 반대의사 밝혀

  • 2016년초 총통선거 앞두고 발발한 '제2 쯔위사태' 판박이

  • 대만독립 이슈는 지방선거에서 관심 미미…선거 판세 영향 못 미칠듯

대만 다큐영화 감독 푸위. [사진=웨이보]

중화권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대만 금마장(金馬奬) 시상식이 대만 독립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 휘말렸다. 수상자가 소감에서 대만 독립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중국 대륙 연예인들이 외면하고 누리꾼의 맹비난이 쏟아지면서다. 

일각에선 오는 24일 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이번 사태가 또 다시 대만 내 반중 여론을 촉발하면서 지난 2016년초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중국, 대만을 시끄럽게 했던 '쯔위(周子瑜)'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기도 했다. 

◆ '대만 독립' 옹호 발언에···중국 대륙 연예인들 일정 취소

1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대만 타이베이(台北)에서 16일 치러진 제55회 금마장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한 대만 푸위(傅楡)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우리나라(대만)가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개체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소원한다"고 밝힌 게 논쟁의 발단이 됐다.

푸 감독은 이날  '해바라기 운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우리의 청춘, 대만에'(我們的靑春, 在台灣)로 작품상을 수상했다. 해바라기 운동은 2014년 3월 중국 대륙과 대만간 서비스무역협정을 비준했을 때 대학생과 시민운동 단체가 주축이 돼 입법원(국회)를 점령하는 등 벌인 운동을 말한다.

푸 감독의 대만 독립 옹호 발언을 의식한 듯 뒤이어 시상자로 나선 중국 배우 투먼(涂們)은 "'중국' 대만 금마장에 초청해줘 감사하다"며 "양안(兩岸·중국 대륙과 대만)은 한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우주연상을 받은 중국 배우 쉬정(徐崢)과 감독상을 수상한 장이머우(張藝謨) 감독 역시 수상소감에서 "중국 영화의 앞날을 기대한다"며 대만이 아닌 중국만 언급했다. 

심사위원단 위원장인 중국 배우 공리(鞏俐)도 이날 각본상 시상을 거부하는 등 영화제에 참석했던 중국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공식 특별파티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덩차오(鄧超), 후거(胡歌), 쑨리(孫儷) 등 중국의 대다수 영화계 인사들이 일정을 앞당겨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어 중국 '국민 여배우' 판빙빙(范冰冰)을 비롯해 류스스(劉詩詩), 리천(李晨), 저우쉰(周迅) 등 중국 대륙 연예인들은 잇달아 SNS 웨이보에 "중국, 조금이라도 줄어들어선 안된다"며 영토 수호의 의지를 외치는 글과 그림을 잇달아 올리며 대만 독립 지지 발언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판빙빙 공식웨이보에 올라온 내용. [사진=웨이보]


◆ 푸위 감독 "일시적 충동 아니야···내 발언에 책임질 것"

중국 대륙 누리꾼들의 비난 공세 속에서도 푸위 감독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안 문제에 대한 소신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푸 감독은 "발언은 일시적 충동에서 우러나온 것도,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부의 지시를 받은 것도 아니다"며 "줄곧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대륙과 대만 사회엔 매우 커다란 오해와 원한이 존재한다"며 "나는 작품 속에 이러한 문제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상황은 결과가 아닌, 아마도 또 다른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푸 감독은 "내 발언에 책임을 진다"면서도 "'중국 대만', '양안은 한 가족'이라는 발언도 존중하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고도 소신있게 발언했다. 그러면서 "중국 대륙 누리꾼들이 영화 '우리의 청춘, 대만에'를 보고 중국 대륙과 대만 이슈를 논의했으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현재까지 푸 감독의 글에는 수 만개 댓글이 달리고 5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지난 18일 이번 사태에 대해 "단 한번도 '중국 대만'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대만은 대만"이지 중국 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민주개방사회로, 이번 대만 금마장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중국 대륙과 달리 대만은 자유롭고 다원화된 사회로, 모든 예술창작이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의사표현 한 사람들이 심리적 위협을 받거나 따돌림당해서는 안 된다"며 "푸위의 페이스북에 각종 악플을 다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지방선거 앞두고 대만독립 논쟁 촉발···'제2 쯔위사태'될까

2016년초 대만 국기를 흔든 것과 관련해 트와이스 대만인 멤버 쯔위가 사과하는 영상 캡처화면. [사진=웨이보]


일각에서는 이번 '푸위 사태'가 지난 2016년 '쯔위 사태'를 연상케 한다며 거의 냉대시됐던 대만 독립 이슈가 도마 위에 올라 민진당이 열세에 놓인 대만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쯔위 사태는 2016년초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周子瑜)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놓고 '대만 독립 분자'라는 공격을 받은 뒤 압박에 못 이겨 사과 영상을 올린 사건이다. 이로 인해 대만내 중국에 대한 반감이 거세져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투표로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이 총통에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뉴쩌쉰 대만 중국 문화대교수는 명보를 통해 "푸위 발언이 '제2 쯔위 사태'가 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만 독립 문제는 총통 선거에서 비교적 큰 영향력이 있는 반면, 지방선거에서는 관심이 높지 않으며, 각 후보자들은 대만 독립 문제를 피해가려 애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대만 경제상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경제 문제로, 더 좋은 경제정책을 실현할 후보자를 뽑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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