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 4세가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나서거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는 등 영향력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가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를 여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GS에 이어 코오롱도 ‘4세 경영’ 활짝
코오롱그룹은 28일 단행한 정기 인사를 통해 오너 4세인 이규호 상무(35)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이 전무는 내년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토록 해 경영 역량을 키울 발판을 마련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분한 경험과 능력을 쌓은 뒤 이 전무가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GS그룹 역시 전날 단행한 정기인사를 통해 4세들을 주력 계열사에 전진 배치했다.
허세홍 사장에게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의 신임 대표이사라는 중책을 맡긴 게 대표적이다. 허진수 회장에 앞서 GS칼텍스 회장을 지낸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 사장은 GS가(家) 4세 중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외에도 오너가 4세인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전무)과 허윤홍 신사업추진실장(전무) 등이 각각 부사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고위임원은 “올해 각 그룹별 정기 인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오너 4세의 경영 행보가 본격화된 것”이라며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4세 경영인, ‘4차 산업시대’ 리더십 강조
올해로 창립 122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그룹은 2016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기며 ‘4세 경영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인사를 통해 박용만 회장의 차남 박재원씨가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로 승진하며 오너가 4세 대부분이 경영 전면에 포진하게 됐다.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두산가 4세로는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등이 있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은 박 상무의 형으로 두산그룹 전무를 겸직하고 있다.
LG그룹도 지난 6월 구광모 회장이 LG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서며 '4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구 회장은 이날 단행한 정기 인사를 통해 사내 조직으로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하는 등 지주사 역할 강화와 미래 먹거리 지원에 나서며 새로운 LG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재계에서는 4세 경영인들이 효율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리더십이 부각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세 경영인들은 초고속 승진으로 경영권을 세습했다는 일각의 비난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효율적인 사업 모델을 발굴해내는 것이 중요한 경영 능력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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