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消費)'란 사전적인 의미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자 또는 용역을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일을 뜻한다. 사람들은 '필요하기 때문에, 갖고 싶어서'라는 욕구가 생길 때 소비라는 행동을 실행할 뿐 소비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을 표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소비행태를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을 합쳐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 한다.
특히 옷이나 가방 등에 자신의 신념을 새겨 메시지로 전달하는 '슬로건 패션(slogan fashion)'이 유행이다. 디자인 업체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심리치료를 통해 만든 작품을 휴대폰 케이스, 의류, 액세서리 등 상품에 반영해 판매 수익금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쓰고 있다. 또 승일희망재단이 운영하는 기부상품 공식 쇼핑몰인 '위드아이스'는 루게릭병 환우를 위한 요양병원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닝아웃 상품을 판다.
인기 스타들도 해당 업체에서 판매된 의류나 액세서리를 적극 구입하며 ‘미닝아웃’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수 겸 배우인 수지는 마리몬드 휴대폰 케이스와 위안부 소녀상 배지를 착용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한 선행에 동참했다. 배우 김혜수와 가수 선미도 '페미니즘'과 관련된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신념을 적극 주장하기도 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주 쓰이는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미닝아웃 활동이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부모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과 사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SNS가 노란 리본 사진과 함께 '#remember0416'으로 도배되기도 했다. 또한 3년 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테러로 죄 없는 시민 130명이 목숨을 잃자 사람들은 SNS에 '#PrayforPari'를 메시지로 내걸어 이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 운동에도 '#MeToo'라는 해시태그가 이용됐다.
SNS 이용자가 늘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행동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더 좋아한다.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자신의 신념과 타인의 신념이 부딪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는 부작용도 빈번히 나타난다. 그렇다 보니 미닝아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수라는 말도 나온다. 당당하게 자신을 미닝아웃해 보자! 내 작은 날갯짓이 태풍이 되어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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