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내주 열릴 예정이다. 중국 경기 하방압력이 여전하고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대외환경도 악화된 상황에서 열리는 회의로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어떤 부양책과 대응책을 내놓을지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올해보다 낮추고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대외개방 확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오는 18일이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한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점을 들어 다음주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40주년 기념일 이전에 내년 경제 안정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려 하리라는 것. 또, 일반적으로 경제공작회의는 12월 중순에 개최된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공산당 정치국원 이상의 핵심지도부와 각 부처 부장(장관), 31개 성·시·자치구 대표 등이 참석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다.
중국은 안정적인 성장세 유지를 자신하지만 두 자릿 수 고속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중국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다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이 가시화되면서 최근 중국 경제 곳곳에서 '적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이번 회의에서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대폭 하향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21세기경제보도, 동방재부망 등 다수의 중국 경제전문 매체들은 전문가 분석을 바탕으로 내년 성장률 목표치가 6%, 혹은 6~6.5% 구간으로 설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6.5% 안팎으로 6%로 설정될 경우 무려 0.5%p나 낮추는 셈이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은 6.5%, 1~3분기 성장률은 6.7%로 시장은 둔화폭이 가팔라지면서 올 한해 성장률이 6.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방압력 증가로 내년 성장률은 한층 둔화될 예정으로 중국 사회과학원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6.4%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해 목표치를 낮추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1년 이후 중국의 성장률 목표치는 계속 하향 조정됐다. 2011년 8%, 2012년 7.5%, 2016년은 6.5~7%, 지난해는 6.5% 안팎으로 평균 2년마다 0.5%p씩 낮아졌다.
이번 회의에서 목표치를 제시하면 내년 3월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발표한다.
◆ 개방 대폭 확대, 재정적자 늘려 경기부양
이번 회의에 전 세계적 관심이 쏠리는 배경에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있다. 무역갈등이 여전한 데다 최근 양국 정상이 만나 내년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단 대표가 무역협상을 위해 접촉하는 상황으로 중국이 내년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하는 것이다.
올해 중국은 미국의 보호주의, 일방주의에 맞서기 위해 경제 세계화, 다자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잇따라 공개 석상에서 대외개방 의지를 천명해왔다. 미국과의 무역협상 서막이 올랐고 중국이 양보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중국이 '대규모' 개방조치를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18일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일 이전에 이러한 조치를 내놓고 중국의 대외개방 지속의 의지를 재차 강조하려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 수입관세율을 4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고 미국산 대두 수입량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제조 2025' 전략도 수정 혹은 대체할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최근의 분위기를 역행하는 파격적인 소식이지만 이를 아우르는 '진짜'가 이번 회의에서 제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외에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온건중립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동방재부망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내년 중국 경기하방 압력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적자 규모를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유지하되 '적극성'을 한층 키울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정 적자율 마지노선을 올해의 2.6%에서 3%로 확대할 확률이 높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 경기 부양책을 쏟아낸 것처럼 대대적인 부양 카드 제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2008년 무분별한 재정확대의 부작용으로 공급과잉, 부채급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만큼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더라도 은행 대출 중심이 아닌 감세 규모와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 규모 확대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통화정책도 신중하게 접근하되 상대적으로 돈을 푸는 흐름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환율 안정 등을 위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중국 통화 당국은 올해 들어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 확대, 경기둔화 심화 등을 이유로 적절한 유동성을 주입해왔다. 지급준비율을 수 차례 인하하고 민영기업 자금조달을 위해 시중은행에 대출 확대를 지시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통화정책 기조를 내년에도 유지할 전망이다. 좀 더 돈을 푸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유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준율 인하가 계속될 수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하지만 급격한 통화완화가 자산버블, 인플레이션 확대, 환율 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어 대대적 완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 외에 올해 강조했던 '6온(穩) 유지'가 내년에도 중국 거시경제 정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6온이란 △취업 △금융 △대외무역 △외자 △투자 △시장 전망의 안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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