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본능' 美 펠로시, 트럼프에 "의회 국정연설 연기"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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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1-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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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펠로시, 트럼프에 "29일 의회 국정연설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하라" 요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정한 적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노련한 여전사의 본색을 드러냈다. 연초 미국 정가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을 연기하라고 요구하면서다. 

펠로시 의원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오는 29일로 예정된 의회 국정연설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아니면 연설 내용을 서면으로 대신 보내라고 요구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인한 경호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번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의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해 벼르고 있던 차다.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은 연방 의사당에서 양원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다. 또한 황금시간대인 저녁 9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주요 방송사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방송이 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회를 이용해 국경장벽 예산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셧다운의 책임을 민주당에 물으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국정연설 연기 요구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외신들은 펠로시 의장이 꺼내든 초강수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CNN 미국에서 하원의장이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취소한 선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 의장이 갈아놓은 칼을 꺼냈다”고 했고, 블룸버그통신은 펠로시 의장이야말로 “치킨게임을 할 줄 아는 진짜 싸움꾼”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자극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겠지만 펠로시 의원의 진면목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원은 거칠고 예리하고 무자비하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 순간에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려 넘어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보였다는 설명이다.

백악관은 공식적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공화당은 펠로시 의장의 요구를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대로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NN은 미국 대통령에게 의회 국정연설을 초청하는 권한은 하원의장의 특권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요구를 무시한 채 예정대로 의회에서 연설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시작된 미국 셧다운은 이날로 26일째가 됐다. 22일째부터 역대 최장 셧다운 기록을 매일 새로 쓰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에도 트위터로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며 국경장벽 필요성을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셧다운 출구는 여전히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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