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서열 1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78)은 워싱턴 정가의 백전노장 여전사로 강한 뚝심으로 유명하다. 미.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에 대한 첨예한 정치권 대립으로 연방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펠로시 하원의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에 오르고 있다. 그는 오는 29일 의회에서 예정된 국정연설을 통해 새해 연두교서를 발표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상적이지만 뼈있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16일 (현지시간) 서한에서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경호 공백'이 우려된다며 트럼프가 신년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슬프게도 이러한 경비 우려를 고려할 때, 만약 이번 주에 연방 정부가 다시 문을 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정부 업무 재개 이후에 적절한 날을 잡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정된 29일에 서면으로 의회에 국정 연설을 전달하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적었다.
펠로시 의장은 서한을 트위터 계정에 공개하며 "국정연설 행사 경비를 주도하는 연방기관인 비밀경호국(SS)이 아무런 예산 지원 없이 운영된 게 벌써 26일째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국정 연설 연기를 요청하며 경호 문제를 지적했지만, 美 역사상 최장기 셧다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조치를 내놓으라는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SS)은 "연방정부를 지원하고 보안을 확보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 연기 요청을 일축했다.
트럼프가 의회에서 연설을 원한다면 해도 좋다. 하지만 연방 정부가 그때까지 문을 열지 못하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참석하는 의회 연설은 기대하지 말라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함축적인 메시지이다. 美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은 상·하원 1인자인 하원의장과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의 공동 초청 형식으로 이뤄지며, 연방 의사당에서 양원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지난 3일 새로 출범한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민주당 1인자로 부상했다. 최근 멕시코 국경 장벽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삿대질 직전까지 갔던 백악관 설전에서 보았듯, 그는 트럼프와의 강(强) 대 강(强)’ 충돌을 불사한다.
펠로시는 47세에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보궐선거에서 하원으로 정계에 데뷔한 후 30년 넘게 이 지역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2002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2007년 1월부터 2010년까지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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