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출범에 속도를 내면서 올 상반기에 출범할 것으로 기대된다. 커촹반은 미국 나스닥처럼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하이테크 스타트업이 상장할 수 있는 장외시장이다.
중국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이하 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는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커촹반을 출범시키고 시범적으로 주식등록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위원회는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커촹반과 주식등록제를 실시하는 것은 혁신을 통한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심도 있는 개혁을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초 커촹반 출범을 공식화한지 79일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당시 시 주석은 상하이를 금융 및 과학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며 커촹반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특히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기술 경쟁력에서 뒤쳐지면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기술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미래 경제 성장동력인 혁신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이 커촹반 개설에 속도를 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커촹반을 통해 미래 혁신 기업들이 자금 조달 채널을 한층 더 다양화할 수 있기 때문. 앞서 상하이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으로 커촹반을 출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캉(李康) 샹차이(湘財)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오늘날 세계 경제에 갈등이 격화되고 글로벌화가 역행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고속경제 성장기에서 중속 성장기로 전환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게 바로 혁신동력"이라며 "이것이 중국 경제의 안정적 발전의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커촹반 출범은 중국 자본시장의 윤활제로서,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줄 더 많은 더 좋은 상장사가 생겨나는 걸 의미한다"며 "이것이 중국 주식시장의 장기적 투자 매력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커촹반 상장조건 등과 같은 세칙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중국 금융당국은 증권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커촹반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놓고 의견을 수렴해 왔으며, 조만간 관련 세칙도 공개될 예정이다.
시장은 커촹반 운영이 기존의 주식시장과 크게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푸리춘(付立春) 중국시장학회금융학술위원은 ▲주식발행등록제 시행 ▲완화된 상장조건 ▲차등의결권 적용 ▲전문·기관투자자 중심 투자 ▲가격제한폭 철폐 혹은 ±20%로 완화(현재는 ±10%) ▲서킷브레이커 제도 도입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주식발행 등록제는 현재 인가제와 달리 기업공개(IPO) 예정 기업들이 관련 서류만 제대로 제출해 검증받으면 등록절차만 밟아 곧바로 상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중국 증시 상장을 위해 수백개 기업들이 심사 대기 중인 것과 비교된다. 또 순익이나 매출 뿐만 아니라 현금흐름, 연구개발(R&D), 시가총액 등 방면에서 다양한 상장기준을 만들어 기업들이 좀 더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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