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제조업 재고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며 경기 둔화 조짐을 알리고 있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둔화된 경기상황이 제조업을 강타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해도 판매되지 않고 남아도는 상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둔화세까지 이어지는 등 악순환으로 자칫 국내 생산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1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재고율은 116.0%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제조업 재고율은 122.9%를 기록한 199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제조업 재고율은 제조업의 재고를 출하 비율로 나눈 값인데, 2015년 수준을 100으로 볼 때 값이 높아질수록 판매되지 않은 제품이 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제조업 재고율을 보면, 10월 106.9%에서 11월 111.7%로 4.8% 포인트가 뛰었다. 이후 12월에는 또다시 4.3%p가 상승한 상황이다.
재고율 상승 현상은 반도체 업종 등에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해 대량 출하시기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제조업 재고율 변화는 국내 기업 활동이 위축될뿐더러 제조업시장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판매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내수 역시 얼어붙고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물건이 쌓이다 보면, 공장 가동률 역시 내려앉게 된다. 최근 제조업 평균 가동률 하락세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7%로 두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더구나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제조업 출하의 경우, 전월 대비 7.1%가량 줄었다. 이렇다 보니 재고는 6.5%나 늘게 됐다. 반도체 제조업 출하 역시 5.1% 감소해 재고가 3.8%가량 증가했다. 철강 등 1차 금속의 출하도 2.5% 줄어 재고가 3.2%가량 증가했다.
최근 재고율 상승은 국내 경제 상황이 소비 확대를 이끌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골드만 삭스는 이 같은 국내 제조업 상황에 대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0%)이 예상을 웃돌긴 했지만, 광공업 생산 부진으로 올해 1분기까지 그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 재고율은 5년마다 기준이 변경돼 그때마다 품목이 바뀌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전체 시계열로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시계열로 재고율을 연결해 살펴보는 것은 제조업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 지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