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 가속화 명분으로 금융위원회가 현지 당국과 교류를 시도했지만 결국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포함한 주요 금융협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등은 다음 달 12일부터 캄보디아 등 신남방 국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캄보디아 방문에 맞춰 현지 당국 및 금융사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최 위원장은 금융위 주최로 캄보디아 금융사들과 금융협력포럼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캄보디아 중앙은행 측은 금융위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하며 "아무런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자"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금융위원장의 방문이 취소된 것은 물론 20명가량의 국내 금융권 CEO들의 일정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금융협회장 및 금융지주 회장들은 3월 초에 주총을 앞두고 있던 터라 캄보디아 방문을 위해 일정을 조율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권 인사들이 해외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길에 올랐을 때도 금융위원회는 '한-베트남 금융협력포럼'을 기획해 베트남을 방문했다. 당시 최 위원장은 대통령 순방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금융포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2기 개각에서 최 위원장의 연임설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해프닝이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17년 7월 취임 이후 문재인 정부의 1기 경제팀을 지키고 있는 유일한 관료 출신이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개각 때마다 교체설에 휘말리고 있는 인물이기도 해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든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의 현안과 3월 주주총회 등 업무가 쌓여있는데, 금융위원장의 요구에 맞춰 금융사 CEO들이 갑작스레 일정을 조절하다가 낭패만 보게 됐다"며 "주먹구구식 일처리로 오히려 금융권만 피해를 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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