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목사·스님·신부) 과세에 대한 특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혜법안이 오는 5일 국회를 통과하면 종교인 퇴직소득세가 대폭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도입·시행된 종교인 과세 장치를 1년 만에 일부 푸는 셈이다. 일반인과 조세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일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기습 통과한 종교인 퇴직소득세 특혜법안이 헌법상 조세평등주의인 동일소득에 동일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종교인 소득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지만, 종교인의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 규정은 따로 없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종교인도 비종교인처럼 퇴직 시 받은 일시금에 원천징수 방식으로 퇴직소득세가 자동으로 부과돼 왔다.
하지만 소득세법이 개정되면 종교인들은 퇴직금의 과세 범위가 축소되고 기존 원천징수로 납입한 세금은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기재위에서 정한 과세 시작 시점은 2018년 1월 1일 이후다. 따라서 특정 퇴직 종교인이 10년간 근무하고 1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는다면
10억원의 3%에 해당하는 약 3333만원에만 소득세를 내면 된다.
예컨대 30년을 목사로 근무하고 지난해 말에 1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은 종교인 A씨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총 506만원의 퇴직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같은 액수의 퇴직금을 근로소득자가 받았다면 총 1억4718만원의 세금을 부과받게 된다. 종교인 퇴직소득세법 통과 시 일반 국민이 종교인보다 약 30배나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현재 시행 중인 종교인 소득세법도 특혜논란으로 인해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데 특혜조항을 개정하기는커녕 또 하나의 위헌적 내용인 종교인 퇴직금마저 감면해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세속 국가(종교에 중립을 지키는 국가)에서 종교인도 동등한 국민이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종교인소득에 대한 과세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번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다 50년 만인 지난해 시행에 들어갔다.
종교인 과세는 정확히 말하면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로 유독 한국에서만 '뜨거운 감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대다수 국가가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지만 한국만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단 종교인들도 소득세를 내게 됐고 그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며 "불합리한 부분은 차차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혜택이 주로 초대형 교회 목사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른바 '대형교회 특혜법'이라는 지적이다. 기독교단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교회 목사들이 받는 퇴직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이런 법안이 처리되는 것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퇴직금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교회수는 5만2905개로 집계됐다. 이 중 93%에 해당하는 4만9192개가 소형교회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교회 10개 중 9개가 소형교회, 나머지는 중·대형교회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종교인 과세 유예에 이어 종교인퇴직소득 특혜까지 부여하는 나라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유일하다"며 "직장인을 비롯해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깨는 잘못된 입법이다. 종교인 표를 고려해 공청회, 토론회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원 입법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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