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카카오가 지난 3월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카카오 T 바이크’를 꺼냈을 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갸우뚱했다. 이미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연간 200억원대(2017년, 서울시 기준) 예산을 들여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고민한 공유 자전거 서비스는 지자체의 그것과 크게 달랐던 모양이다. 문득 카카오식 공유 서비스는 무엇이 다를까 궁금해 카카오 T 바이크 시범 지역인 경기 분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카카오 T 바이크는 이동의 불편함을 최소화한다는 카카오의 철학이 묻어난다. 철저히 이용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설계했다. 지자체의 공공자전거는 별도의 반납 거치대가 있다. 도착지와 가깝든 멀든 반드시 들러야 한다. 도착지와 멀면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자전거를 탈 때도 이점이 된다. 분당, 판교를 지나가면 곳곳에 흩뿌려진 자전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카카오 T 앱 내 지도를 활용하면 주변에 있는 자전거를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카카오 T 앱으로 자전거의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전기 모터는 이용자의 수고를 덜어준다. 별도의 버튼이나 장치로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페달을 밟는 것을 돕는 ‘파스(PAS, 페달 어시스트 시스템)’가 적용됐다. 멈췄다가 출발할 때, 경사진 곳을 올라갈 때 매우 유용했다. 자전거도 24인치 바퀴에 7단 기어를 탑재한 ‘라이언’ 자전거와 20인치 바퀴에 1단 기어를 적용한 ‘어피치’ 자전거 두 종을 둔 것도 나름의 배려다.
경기 분당 소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카카오 판교 오피스가 있는 H스퀘어까지 6.04km를 가는데 3000원(총 42분 소요)이 들었다. 원래 4000원이지만, 첫 이용 고객이라 1000원 할인을 받았다. 경기지역 택시 기본료가 3000원임을 고려하면 페달을 밟는 수고를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카카오가 잡으려는 이동 수요는 자전거로 15분 이내, 즉 ‘걷기에는 멀고 택시 타기는 애매한’ 거리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공유자전거 서비스의 성패는 ‘관리’가 좌우한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주목받았던 중국의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가 경영난에 빠진 것도 결국 관리의 실패다. 카카오 측은 운영 인력을 대거 확보했으며,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에게 불편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가 하면 무엇이 다른지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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