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고객사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구매를 미루고 있어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시장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역시 감소세다. 3월 반도체 수출액은 90억600만 달러(약 10조2000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6%나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내리막을 걸으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하반기도 어렵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시장 조사업체들은 최근 잇달아 반도체 시장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반도체 가격 회복 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은 3월 말 4.56달러(약 5180원)로 지난 2월(5.13달러)보다 11.1% 하락했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이던 지난해 9월(8.19달러)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7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3월 말 4.11달러(약 4670원)로 전달보다 2.6% 하락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올해 D램 시장 규모가 770억 달러(약 87조4780억원)로 지난해보다 22%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량이 높은 재고 수준, 자동차 시장의 수요 감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6% 감소한 146억 달러(약 16조5038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도 시장 상황 변화를 좀처럼 예상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와 관련해 "시장은 참 보기 어려워서 뭐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진교영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 역시 "지난해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겪었으나 올해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1분기 어닝쇼크를 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자율공시를 통해 "디스플레이, 메모리 사업 환경 약세로 올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 것"이라며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 예측치는 각각 7조4641억원, 53조818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2.2%, 11.1% 떨어진 수치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1조7587억원, 매출 6조5728억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9.7%, 24.6%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황이 이렇자 양사는 불황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 구조를 비메모리로 다각화할 계획이다. 국내 유수 대학들과 연계해 4년제 반도체학부 신설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반도체 인력을 확보해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에 10년간 1조2200억원을 꾸준히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상생펀드 조성에 3000억원 △상생협력센터 설립·상생프로그램 추진에 6380억원 △공동 연구·개발(R&D)에 2800억원 등을 순차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대규모 산업 단지에서 다양한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해 현재 20% 수준인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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