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이 자금조달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은행 차입은 금리가 높고, 정책자금 활용은 제한적이며, 내부 유보금을 쌓아두면 세금을 내야 한다. 업계는 중견기업을 위한 마땅한 자금조달처가 없는 게 적극적인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견’이란 이유 때문에…낮은 금리 정책자금 활용 못해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 진행한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리상승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7년 절반을 넘었다. 2015년(38.7%)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2.5%p 증가한 셈이다.
박양균 중견련 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커지게 되면 기업은행,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을 통한 지원금 이용이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산업은행에서 중견기업 지원금이 나왔지만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는 잔뜩 받아놨지만, 자금 수혈이 몇 년간 안 되고 있다”며 “올해 정부에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지원하고 있지만, 최고 등급을 받아도 250억원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P-CBO의 신용도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높인 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면, 기업은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연간 1000억원 가량이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250억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며 “하지만 이마저도 등급받기 어렵고, 이자가 생각보다 높다”고 토로했다.

[자료=한국중견기업연합회]
◇“투자위한 내부 유보금 쌓아두기 힘들어”
중견기업계는 자금조달이 힘든 탓에 투자를 줄이거나, 내부 유보금을 모아 여윳돈을 쌓아둘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모아둔 내부 유보금으로 신사업과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겠단 것이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금리”라면서 “기업은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커지게 되면 정책자금 활용은 까다롭고 시중은행 차입은 제한적이게 돼 (중견기업은) 투자를 위해 내부자금을 모아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중견기업 10개사 중 7개사 꼴로 내부 유보자금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중견기업은 10개사 중 2개사 꼴로,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중견기업은 1개사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보금을 쌓아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명 유보세로 불리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가 있어서다. 박 본부장은 “유보세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외부 자금조달이 힘든 상황에서 현재 유보세는 중견기업이 장기 투자할 경우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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