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면 고금리·쌓아두면 과세…중견기업 자금조달 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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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19-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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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금조달 어려움 응답 3년만에 12.5%p↑

  • 정책자금 조달 제한·사내 유보금엔 세금

# 대기업에 자동차부품을 30년간 납품해온 중견기업 대표는 최근 대출 받을 만한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김아무개 대표는 “지난해부터 일반 시중은행 뿐 아니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신규 차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기존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도 급격히 늘어나 요새 잠 못 이루고 있다. 3%였던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2년 만에 5%로 올랐다는 것이다. 이자 비용만 2년 새 6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김 대표는 “요즘 경영여건이 너무 어렵다. 중견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견기업이 자금조달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은행 차입은 금리가 높고, 정책자금 활용은 제한적이며, 내부 유보금을 쌓아두면 세금을 내야 한다. 업계는 중견기업을 위한 마땅한 자금조달처가 없는 게 적극적인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견’이란 이유 때문에…낮은 금리 정책자금 활용 못해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 진행한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리상승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7년 절반을 넘었다. 2015년(38.7%)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2.5%p 증가한 셈이다.

정책자금 활용 경험도 3년째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에는 10% 이하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정책자금을 이용해야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제한적인 탓에 쉽지가 않다.

박양균 중견련 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커지게 되면 기업은행,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을 통한 지원금 이용이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산업은행에서 중견기업 지원금이 나왔지만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는 잔뜩 받아놨지만, 자금 수혈이 몇 년간 안 되고 있다”며 “올해 정부에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지원하고 있지만, 최고 등급을 받아도 250억원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P-CBO의 신용도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높인 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면, 기업은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연간 1000억원 가량이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250억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며 “하지만 이마저도 등급받기 어렵고, 이자가 생각보다 높다”고 토로했다.
 

[자료=한국중견기업연합회]


◇“투자위한 내부 유보금 쌓아두기 힘들어”

중견기업계는 자금조달이 힘든 탓에 투자를 줄이거나, 내부 유보금을 모아 여윳돈을 쌓아둘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모아둔 내부 유보금으로 신사업과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겠단 것이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금리”라면서 “기업은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커지게 되면 정책자금 활용은 까다롭고 시중은행 차입은 제한적이게 돼 (중견기업은) 투자를 위해 내부자금을 모아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중견기업 10개사 중 7개사 꼴로 내부 유보자금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중견기업은 10개사 중 2개사 꼴로,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중견기업은 1개사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보금을 쌓아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명 유보세로 불리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가 있어서다. 박 본부장은 “유보세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외부 자금조달이 힘든 상황에서 현재 유보세는 중견기업이 장기 투자할 경우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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