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미일 관세 협상 타결의 의미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일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3일 미일 간의 협상이 타결되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하여 미일 간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정작 합의된 내용이 명확하게 전해지지 않아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본 언론을 통해서 전해진 미일 관세 협상 타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상호 관세율은 기존 세율 15% 미만인 품목은 기존 세율과 합하여 모두 15%로 한다. 기존 세율이 15% 이상인 품목은 기존 세율을 적용한다. 15%보다 높은 품목은 그대로, 낮은 품목은 15%로 끌어올려 적용한다.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자동차 관세는 현행 25%에서 절반 수준인 12.5%로 인하하고 기존 세율 2.5%와 합하여 15%를 적용한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도 기존 세율과 합하여 일률 15%를 적용한다. 이로써 미국의 대일 자동차 관세와 자동차 부품 관세는 현행 25%에서 15%로 인하된다. 또 다른 품목 관세인 철강·알루미늄은 합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현행 50% 관세율이 계속 적용된다.
미국에 대한 일본의 시장 개방에서는 쌀 수입 확대와 미국산 자동차 수입 확대가 기대된다.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쌀 최소시장접근 물량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 범위 내에서 미국으로부터 조달하는 비율을 올려 미국산 쌀 수입을 확대한다. 일본의 쌀 최소시장접근 물량은 연간 약 77만 톤 규모이다.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안전성 심사 절차를 간소화한다.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2024년 약 140만 대 수준임에 비해 미국의 대일 자동차 수출은 겨우 1만 6,000대 수준이다. 미국의 대일 수출 물량은 일본의 대미 수출 물량의 약 1.1%에 불과하다. 극단적인 불균형이다. 미국산 자동차가 일본에서 안 팔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이유는 일본의 도로 사정에 비해 미국산 자동차는 너무 크다. 연비가 좋지 않고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도 있다. 극도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일본인의 성향에 미국산 자동차는 맞지 않는다. 어쨌든 일본은 미일 합의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국내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뭔가 조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실제로 수입이 증가할지는 미지수이다. 미지수라기 보다는 수입이 늘어나지 않을 공산이 훨씬 크다. 일본은 보잉사 항공기 100대를 사겠다고 약속했다.
통 큰 대미 투자도 약속했다. 5,500억 달러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5,500억 달러는 엔화로 환산하면 약 80조 엔이다. 이 돈은 일본 정부의 연간 세수에 해당한다. 어마어마한 액수라는 의미이다. 일본은 최대 5,500억 달러 규모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일본의 2024년 대외직접투자 순투자액(투자-회수)은 31.6조 엔이었다. 이중 미국이 약 11.7조 엔을 차지하였다. 대미투자가 현행 규모로 지속된다면 7〜8년이 걸려야 달성되는 목표 수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에 대한 일본의 대규모 투자에도 기대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일본 언론에 전해진 바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은 합의된 내용은 아닌 것으로 이해된다. 일본기업은 여전히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의 사업성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특정 기업이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성격의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공공부문의 대대적인 개입과 지원이 있어야 비로소 사업성이 확보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일본기업은 강조한다.
한편, 미일 간 합의 내용에 대한 미국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먼저 합의 사항을 언제부터 적용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일본 정부는 상호 관세가 8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자동차 관세는 상호 관세보다 약간 늦게 적용되나 가급적 빠른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합의 개요 문서에는 적용일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일본은 하루라도 빨리 합의된 관세율을 적용하여 일본기업의 관세 부담을 낮추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 없다. 일본 자동차 업체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대응하여 자동차 가격의 인하로 맞서고 있다. 가격을 인하하여 미국 현지 판매 자동차 가격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 한다. 지난 6월 재무성 무역통계를 보면,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을 수출 수량으로 나눈 수출단가는 1대 당 354만 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7% 하락했다. 25%의 자동차 관세가 고스란히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는 일본 자동차 업체의 수익성 하락을 초래한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극한 상황을 빨리 회피하고 싶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합의된 자동차 관세를 적용하는 시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양국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내 지시하에서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한다”라고 자신의 SNS에서 밝혔다. 즉 5,500억 달러는 일본이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명확한 액수를 의미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를 달리 해석한다. 즉, 5,500억 달러는 일본의 정책금융기관이 일본기업의 대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 설정하는 출자, 대출, 대출 보증의 규모를 의미한다. 일본기업이 정책금융을 이용할지 말지는 기업에 달려 있다. 일본기업이 정책금융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는 달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투자 이익에 대한 배분에서 미국 정부는 미국이 90%의 이익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미·일의 출자 비율이 9대 1이라면 이익 배분도 9대 1이지만 출자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일본은 출자 비율이 프로젝트별로 결정된다고 이해한다. 미국산 쌀 수입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이다. 미국은 곧바로 75% 수입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일본의 고이즈미 농림 장관은 고정된 수입 확대 규모는 없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는 수입 총량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농민 반발을 의식한 결과이다. 미국 정부는 일본이 매년 수십억 달러의 미국산 무기를 추가로 구매한다고 인식하나 일본 정부는 이것이 합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인식한다.
이처럼 미일 간 합의 내용에 대해 양국 정부 간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양국 간 공식 합의문서도 없다. 무엇을 합의했는지 양자의 인식을 명확히 정리한 문서도 없는 묘한 무역 합의이다. 수많은 나라와 협상하고 있는 미국의 고충이 보이는 대목이라고 애써 해석해 보려 노력해 본다.
미일 합의에 대한 일본 국민의 평가는 찬반이 팽팽하다. 일본경제신문과 텔레비도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긍정적 평가는 47%, 부정적 평가는 40%로 나와 긍정적 평가가 약간 우세하였다. 그러나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참정당(參政黨, 산세이토) 지지층의 60%는 부정적 평가를 보였다. 참정당은 우익적 성향을 보이는 정당이다. 참정당 및 이의 지지층의 눈에는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얻은 것이 거의 없다고 평가한다. 원래 25%라는 관세율은 없던 것이었다.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 놓고 이를 15%로 낮추었다고 좋아할 일이냐고 반문한다. 5,500억 달러라는 대미 투자도 불만이다. 미국 투자에 속박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대체 이 협상에서 무엇을 얻었단 말인가? 이들은 이러한 불만을 쏟아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15%라는 숫자는 협상 타결 시에 어느 나라보다도 낮은 관세율이었다. 그만큼 타 국가의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일본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인하한 것의 의미는 크다. 그러나 원래 2.5%였던 자동차 관세는 15%로 상승한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무엇이 협상에서 얻어낸 성과란 말인가! 합의 문서도 없고 협상 성과도 이해하기 어려운 기묘하고 재미있는 무역 협상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