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어가고 구조는 손본다…KT 차기 CEO의 과제는 '실행력'

  • 빅테크 협업 성과 창출과 중복 사업 정리가 시험대

광화문 KT 본사 사진연합뉴스
광화문 KT 본사 [사진=연합뉴스]



KT 차기 최고경영자 선임을 앞두고 새 경영진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 해킹 사고 이후 흔들린 신뢰 회복과 함께 비대해진 조직 구조 정비,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신성장 전략의 실행 여부가 주요 현안으로 거론된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차기 경영진의 첫 시험대는 AI 전략의 연속성과 실행력으로 분석된다. KT는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잇달아 추진하며 AI 전환의 큰 방향성을 설정해 왔다. 클라우드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기업용 서비스, 인공지능 컨택센터 고도화, 데이터 분석 기반 의사결정 지원 등이 주요 협력 분야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빅테크 협력이 단기간 실적을 내기보다는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KT 내부 관계자는 “MS나 팔란티어와의 협력은 AI 전환의 출발선에 해당한다”며 “차기 대표 체제에서는 기술 협력을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전략과 맞물려 추진돼 온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 조정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KT는 그동안 데이터센터와 부동산 등 일부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 구조 개선과 선택과 집중을 시도해 왔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과 내부에서는 통신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킨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조 관계자는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데이터센터를 본체에서 운영하며 매출을 키우고 있는데, KT는 오히려 매각하며 시장 흐름에 역행했다”며  “알짜 자산을 외부에 넘길 것이 아니라 본체에서 직접 운영하며 AI와 결합해 매출을 키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KT가 과거 가입자 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목표로 인수·확장을 반복해 온 전략의 후유증과도 맞닿아 있다. 지상파 지분 인수로 스카이라이프를 편입하고, 케이블 사업자 HCN을 인수하는 등 외형 확장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법인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중복 사업으로 인한 내부 경쟁과 비효율이 누적됐다는 지적이다.

알뜰폰 사업 역시 본사는 고가 요금제, 자회사는 가성비 요금제로 타깃을 나누려 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KT의 자체 알뜰폰인 M모바일과 경쟁을 하며 그룹 내부 잠식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 계열사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ENA를 비롯한 미디어 채널의 경우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경쟁 속에서 콘텐츠 제작 편수가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본다. KT가 일부 채널 매각을 검토하는 것도 수익성 개선과 사업 효율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이 같은 사업 구조 문제를 정리하는 동시에 AI 전략을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차기 대표 내정자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경쟁사처럼 사업권을 명확히 통합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자회사에 사업을 이양하는 지주형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은 고용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단계적인 사업 효율화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 개편 과정에서 희망퇴직 등에 따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AI 전환 역시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통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KT노조, KT새노조 등 2개 노조와의 협의도 새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닌 안정적인 매출 증대와 경쟁력 강화라는 부분을 임직원들에게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AI와 빅테크 협력 전략을 전면 수정하기보다는, 실행력 강화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전략의 급격한 전환이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흩어진 사업을 정리하고 기업가치를 재평가 국면으로 전환하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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