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가격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은 (강남 재건축 인가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지난 40년간 강남에 대한 집중 투자로 강북지역이 소외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문제를 이데올로기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박 시장에게 집값 문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의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을 계속 옥죄었다가는 몇 년 후 더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 자문센터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이번 정부 들어 잇달아 도입된 규제 때문에 서울 재건축 사업 대부분이 중지됐다”며 “2024년쯤에는 서울의 아파트 공급 물량이 확 줄어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부담이 되더라도 재건축 인허가를 늘리는 등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경기도 등 여타 지역과 달리 택지를 대량으로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신규 주택 공급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만 가능하다”며 “집값 상승이 두려워 정비사업 인허가를 막으면 신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만 높일 것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로또청약 광풍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강남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공급을 틀어막고 규제 폭격을 가하니 서울 강남 집값만 유독 오르는 것”이라며 "규제를 풀면 투자 수요가 유입돼 단기적으로 가격이 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 인허가까지 틀어막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함 랩장은 “집값 불안 때문에 정상적인 인허가 요구까지 외면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이남수 센터장은 “은마아파트는 여름에 정전되고 주차 문제로 입주민들이 골머리를 앓는 등 삶의 질이 참담하다”며 “강남·강북을 떠나서 은마아파트는 주거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잠실주공5단지는 설계공모를 하는 등 서울시가 하라는 대로 다 했다. 재건축 인허가를 안 해주는 것은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고 밝혔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재건축 추진은 허용하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대거 짓도록 하는 식의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실명 공개를 꺼린 또 다른 전문가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한다면서 굳이 값비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고수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재건축 시장은 집값 상승을 노린 투기수요가 다수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시 임대주택을 대거 짓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 재건축을 통한 막대한 이익을 사회와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 은마아파트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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