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윤상민 기자]
한유총은 지난 3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회계감사는 받지 않겠다며 유치원들의 개학 연기를 선언한 바 있다. 교육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은 교육청으로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교육 공공성 강화’를 외쳐온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금방이라도 칼자루를 휘두를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난 11일 변수가 생겼다. 헌법재판소가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선발은 ‘합헌’으로,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은 ‘위헌’으로 판단하면서부터다.
헌재 판결은 교육부의 2017년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통한 자사고 폐지와 완전히 상반된다. 2017년 정책과 2019년 판결이 엇박자를 내는 속에서 드는 의문점 하나. 자사고만 폐지하면 정말 ‘교육 공공성’이 강화될까?
현재 국제고, 과학고, 외고, 영재고, 자사고 등 학생들은 학교 설립목적과는 상관없이 의대나 법대, 취업이 잘되는 대학에 진학한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사다리를 통한 성공 기준은 이뿐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공공재’라는 전제 하에서 나온 개념이 교육 공공성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서열화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의 공적 정책과 시장의 사적 욕망은 늘 충돌해왔다. 평등성 교육과 수월성 교육이라는 오래된 담론의 또 다른 형태인 셈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자사고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각에선 절반 이상 자사고가 탈락할 것이다,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다, 영재고 경쟁률이 올랐다더라 등의 말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추후 여러 형태의 고등학교를 만든다고 해도 이 학교들은 결국 다양한 ‘입시기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성공의 유일한 기준이 지금처럼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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