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이동을 촉진하는 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득 하위 10% 가구에 속한 자녀가 중산층에 도달하기까지 5세대가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계산하면 소득 최하위층이 중간층으로 진입하는 데 150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는 OECD 평균(4.5세대)보다 더 오래 걸리는 수준으로 영국과 미국, 이탈리아 등이 한국처럼 5세대가 소요됐다.
하위소득층이 평균소득층으로 진입하는 데 소요되는 세대수가 한국보다 적은 나라로는 덴마크(2세대),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각각 3세대), 스페인·캐나다·일본·네덜란드(4세대) 등이 있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주평,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효과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더라도 한국의 빈곤탈출률은 OECD 28개국 중 가장 낮다.
빈곤탈출률이란 저소득층(중위소득 50% 미만)이 정부정책 후(가처분소득 기준)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비중이다.
이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지금보다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옛말일 뿐이고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다리를 찾기 힘들어졌다.
특히 정부의 양극화 해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 소득은 크게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 소득은 추락을 거듭하면서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보면 불균형이 심각하다.
소득양극화 정도를 가늠하는 '5분위 배율'은 5.52배로 치솟았다.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5.52배를 더 번다는 의미다. 신분 상승과 소득 증대를 기대해야 하는 청년층이 무기력해지면 발전 동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분배 개선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적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사라지면 개인이 인적 자본 투자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이는 결국 국가 경제성장 동력이 상실하게 될 개연성이 커지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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