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북중관계 읽기' 헷갈리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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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19-04-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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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對국가인 보통 외교와 달라 ..北공산당-中공산당 당대당 교감 읽어야

 

[주재우 교수 ]


북한이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이른바 ‘새로운 길’을 찾아갈 듯 보인다. 이 ‘새로운 길’은 ‘사회주의국가’와 ‘우리(북한)에게 우호적인 국가’로 표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각각 의미한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관측되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에 경도하겠다는 결의를 비치는 대목이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상당 기간 동안 소원해져 보였으나 한순간에 모든 것을 원점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이유를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중관계는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이래 지난 6여년 동안 한 차례의 정상회담도 없어 매우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 지도자로서 유례없는 외교 행보를 단행했다. 2014년에 그는 북한이 아닌 한국을 먼저 방문한다. 이는 북·중관계 70년사,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약 30년 동안 견지해온 ‘선북후남’의 관습을 처음으로 뒤집어 엎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북·중관계의 소원한 수준이 절정에 이르렀음의 반증이었다.

이처럼 북·중 간에 소원했던 관계가 그러나 지난해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중국 방문으로 한순간에 눈 녹듯 녹아버렸다. 양국관계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다시 회복하다 못해 예전보다 더 긴밀해졌다. 김정은의 작년에 연속된 방문(5월과 6월)과 올해 초에 이뤄진 네 번째 방문이 이를 반증한다. 방문의 성격도 모두 비공식 방문이었고 두 번째 방문의 장소는 베이징이 아닌 다롄(大連)이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북·중 양국 정상회담의 결과로 공동성명문은 발표되지 않는다. 모든 회담에서 북·중 양국 정상이 공통으로 강력하게 피력하는 것은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불변하고 더욱 공고해졌다는 인식이다.

여기서 우리는 북·중 양국 관계의 속성과 본질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두 나라 관계가 여느 국가관계와 분명 다른 것 같으나 뭐가 어떻게 다른지를 우리는 불현듯 질문하게 된다. 이에 우리는 북·중관계를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관계의 맥락에서 이해하려 한다. 올바른 접근방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자문자답의 방식에는 심각한 오점이 있다. 두 나라의 관계를 한국전쟁의 전우로서 같이 흘린 피로 맺어진 ‘혈맹관계’나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과의 지정학적 관계를 형용하는 ‘순망치한(이빨이 없으면 잇몸이 시리는)’과 같은 표현으로 양국의 ‘특수성’을 부각시키면서 문제의 본질을 극도로 단순화하는 데 있다.

북·중 양국의 관계는 통상적인 ‘국가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다. 1917년 10월 소련의 볼셰비키 공산혁명 이후 공산국가의 관계는 당(黨)이 지배하는 국가관계다. 공산국가는 ‘당-국가(party-state)’체제로서, 집권당이 국가를 통치하는 구조다. 우리처럼 ‘국가사회(nation-state)’가 아니다. 그러므로 공산국가 간의 관계는 당이 국가와 정부 차원의 모든 관계를 영도하며 이들의 관계는 당과 당 간의 관계(‘당대당’관계)에 종속된다. 다시 말해, 중국공산당과 북한노동당의 관계가 북·중 두 나라의, 두 정부의 관계를 지배한다. 그래서 공산국 관계는 국가나 정부 차원의 관계가 아닌 집권당 간의 관계, 즉 ‘당대당’ 관계가 핵심이다.

북·중관계의 본질과 속성의 올바른 이해는 ‘당대당’관계의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한다. 최근 들어 우리 언론지상에서 북·중관계를 ‘당대당’ 차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기한 사례와 같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한계에 부딪힌다. 이는 공산국 간의 ‘당대당’ 관계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우선 ‘당대당’ 관계는 ‘국가관계’나 ‘정부관계’의 상위개념이다. 당에 국가와 정부가 종속되어 있는 ‘당-국가’체제의 통치 구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의 대외관계, 대외정책 및 전략 또한 국가와 정부의 소관이 아니다. 이는 당의 대외연락부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 외교부 및 대변인이 북한 지도자의 방중 가능성이나 계획 소식을 모른다고 손사래치는 장면을 수없이 봐왔다. 당 최고지도자의 방문을 정부가 사전에 알 리가 만무하다는 뜻이다.

둘째, 공산국가 최고지도자의 방문은 거의 대부분 비공식방문으로 규정된다. 집권당의 최고지도자 자격에서 이뤄진 방문이기 때문에 외교적 의미에서 국빈방문도, 공식방문도 될 수 없는 이유다. 이의 근거는 북·중 언론지상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공식 직함이다. 이들의 공식직함은 당-정부-군부 순서의 것으로 나열된다. 북·중 최고지도자들 간의 초청인과 피초청인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도 이런 직함에서 읽을 수 있다. 당의 직함이 제일 우선되기 때문에 당의 최고지도자로서 초청하고 초청을 받았다는 의미다.

셋째, ‘당대당’ 외교는 의전과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즉, 국빈방문과 같이 사열대와 의장의 보고와 21개의 예포 발사 등과 같은 공식국빈방문의 의전은 없다. 당의 최고지도자 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굳이 수도에서 만날 필요가 없다. 쌍방 간에 합의만 이뤄지면 아무 곳이나 아무 때나 필요에 의해 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렇다고 의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만의 의전이 있다. 일례로, 당의 상무위원의 2/3정도의 인사들이 도착지에서 마중하는 전통은 견지되고 있다. 공연관람도 함께하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회담의 결과가 공동성명문으로 발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마지막으로 ‘당대당’ 관계의 종결만이 외교상의 ‘단교’를 의미한다. 공산국가관계에서 국가와 정부 관계의 중단이 선행될 수 있다. 그러나 외교상의 ‘단교’를 의미하지 않는다. 공산국가의 ‘단교’는 ‘당대당’ 관계가 종식될 때만 성립된다. 이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악화일로로 치닫던 60년대의 중·소관계가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모든 외교관계를 중단했으나 단교는 선언되지 않았다. 이후 있은 중·소 공산당 관계의 종결이 단교를 공식화했다.

작금의 북한 외교가 심상치 않다. 작금의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한·미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김정은은 과거 최대의 공산국가 러시아를 곧 방문할 예정이고, 현재의 최대 공산국가인 중국 시진핑의 북한 답방 가능성은 가시권이다. 그의 외교행보의 근간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외교의 최대 취약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크렘린궁 "김정은, 4월 하반기 러시아 방문"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2014년 12월 31일 모스크바에서 촬영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 18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은 김정은 위원장이 4월 하반기에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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