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해외 탈북민 강제북송...뒷짐진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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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05-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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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7~28일 중국 랴오닝성서 탈북민 7명 중국 공안에 체포

  • '강제 북송=죽음'…탈북민 가족·인권단체 등 "정부가 즉각 개입해달라"

[외교부]


북한을 떠난 탈북민들이 제3국에서 추방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지만 정부가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탈북민을 보호해야 할 외교부·통일부·법무부 등 각 정부 부처는 해당 논란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강제 북송=죽음'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1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중국 랴오닝성 안산시(鞍山市)에서 도피 중이던 7명의 탈북민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아동인 A양(9)과 A양의 삼촌도 포함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A양과 A양의 삼촌은 중국 션양시(沈阳) 공안국에, 나머지 5명은 안산시 공안국에 분류돼 각각 조사를 받고 있다. 션양시에 주재한 북한 영사관은 이날 A양을 비롯한 다른 탈북민들의 접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과정에서 북한 주민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들은 모두 강제북송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재 A양 부모는 주한 중국대사관, 외교부, 통일부 등을 찾아 한·중 정부의 즉각적인 개입과 신변안전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A양 부모는 딸과 A양의 삼촌 탈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년 전 한국으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정의연대,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등 대북인권단체와 변호사 단체도 정부의 빠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변은 전날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 주한중국대사 등에 탈북민 구출을 위한 긴급 구조 요청서를 발송했다.

북한정의연대 관계자는 "체포된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면 나이·성별에 상관없이 고문, 강제노동, 공개처형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면서 "수일째 외교부·통일부 등 관련 부처에 상황을 호소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탈북민은 물론 은신처 제공자, 탈북연계인을 수사하는 동안 외교부는 이런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탈북문제에 관해 뒷전 외교만을 자행하는 정부도 북한의 살인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변 관계자 역시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에 탈북자 7명에 대한 구출 절차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긴급구조 요청서를 발송했다"면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등과 협조해 지속적으로 정부의 개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제3국 탈북민은 통상적으로 중국 국경을 넘어 베트남·라오스·태국 등을 거쳐 한국으로 온다. 그러나 탈북 과정에서 중국으로 다시 추방되면 90% 이상은 공안에 인계돼 강제북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북송 문제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이달 초에도 한국으로 오던 탈북민 3명이 베트남에서 체포돼 중국으로 추방됐지만 이 과정에서 외교부가 늑장대응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의혹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탈주민이 자유의사에 의해 한국행을 희망하면 모두 데리고 온다는 게 정부 원칙"이라면서 "목숨을 걸고 나오는 탈북민 안전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현 정부 들어 해외 탈북민 입국을 관장하는 정부가 초기 대응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 소식통은 "북·미 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 예민한 이슈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북한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북 인권지원단체 등에 대한 정부 탄압도 전 정권보다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은 2017년 1127명에서 2018년 1137명으로 소폭 늘었다. 올 3월까지 입국 인원은 229명으로 남성이 38명, 여성이 191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현재 국내 체류하고 있는 탈북민은 3만2705명으로, 여성 비율이 7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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