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는 상법개정안과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관리법, 공정거래법 등 일부 법률들의 개정을 밀어붙일 태세다. 2015년 ‘땅콩회항’ 사건 등 대기업 총수일가가 연루된 갑질사건들로 인해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확산되면서 여론의 흐름이 유리해졌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올 상반기에 상법개정을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하는 등 개정작업에 속도를 높혀왔다. 지난 달에는 한때 상법개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현 가능성이 대폭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등 야당일부에서 상법개정안을 패스트르랙에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하면서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패스트트랙 후폭풍 휩싸인 국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여파에 정국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이는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 모습. 2019.4.30 yatoya@yna.co.kr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권 분위기만 보자면 정부안이 관철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적어도 일단 올 상반기 개정은 불가능하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다 개정안들이 소관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는 등 갈길은 멀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법사위 절차와 본회의 의결 등 남은 절차를 감안할 때 올해 내에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대 국회 임기 내에 개정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국회가 여야 대결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상법개정안을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빨라도 10월 정기국회 때는 되어야 겨우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기국회를 넘기면 20대 국회 내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의 대화가 잇따라 결렬된 것도 개정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법무부는 3월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장사협의회 등과 상법개정 관련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실상 대화가 중단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개혁을 공약해 놓고 실제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상법만 해도 개정이 필요하다면 차등의결권 등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법도 함께 추진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나 다중대표소송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만큼 법무부나 정부가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정부 여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이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기업규제법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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