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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 의사를 공식화했다. '하노이 선언' 결렬 이후 연일 강경노선을 걷고 있는 북한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종의 '당근책'을 제시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 한·미 간 공조방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통일부는 "국제기구가 북한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 의사를 처음 공식화 한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 조치는 9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한을 계기로 한 한·미워킹그룹회의에서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저녁 한국에 도착해 9~10일 양일간 청와대·외교부·통일부 등 주요 인사와 만나 대북 식량지원, 남한 기업인의 개성공단 방문,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대안 등에 대해 한·미 간 공조방안을 협의한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교착상태에 접어든 남·북·미 간 대화재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최근 9번째 방북 신청을 함에 따라 이 역시 의제로 다루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은 자산점검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때맞춰 이날 방북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장관은 비건 대표와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남측 정부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장관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해 현지 상황을 점검한 뒤 북한의 식량지원계획에 대한 한·미간 공조 방안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과 관련해 통일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북측과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정상화와 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기업인들의 9번째 방북신청에 대해서도 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관건은 북한이 인도적 식량지원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만약 북한이 대북 식량지원을 받아들인다면 5~6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방한과 남·북·미 간 대화 재개도 성사될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북한 역시 유니세프·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상태라 남측의 인도적 식량지원은 수용할 것"이라면서 "북한 식량지원에 대한 한·미 간 공조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남·북·미간 신뢰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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