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엇이든 명과 암이 공존하는 법이다. 일시불로 구매할 경우 천 만원 넘는 목돈이 들어가지만 렌탈은 매달 몇 십 만원씩만 내면 된다. 전문가가 알아서 관리도 해준다.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렌탈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간과하면 안되는 점들도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우선 렌탈을 할 때 제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할인되는 경우가 많다. '매달 30만원 이상 사용하면 1만1000원 할인', '매달 60만원 이상 사용 시 2만원 할인' 등과 같은 방식이다. 30만원 사용을 선택했다고 가정하면 36개월 약정 기간 동안 36만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정수기를 사용하는 김민지(27) 씨는 "매달 30만원은 사용하기 때문에 어차피 쓰는 돈 신용카드로 쓰자라는 생각에 제휴 카드를 신청했다"며 "신용카드는 결제일 등의 특성으로 인해 정확히 총 얼마를 썼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서 항상 30만원을 초과해서 쓰게 돼 돈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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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정에 방문한 전문가들이 자사 제품의 렌탈을 권하는 것도 부담이다. '00업체의 필터 직접 갈기 힘들텐데 괜찮으시냐', '저 정수기는 렌탈 기간이 언제까지냐', '이번에 신제품이 나왔는데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가격은 더 낮다' 등의 발언을 들을 때마다 소비자들은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각기 다른 회사에서 렌탈을 한 경우 방문하는 전문가가 5명이 넘는 가정도 있다. 대전에 사는 이민기(49) 씨는 "보통 3~4개월 단위로 방문하지만 5명과 날짜를 조율해야하는 게 생각보다 번거로웠다"며 "초반에 마음에 드는 제품 위주로 렌탈을 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렌탈은 일시불 구매보다 더 비싸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수리센터에 제품을 들고갈 필요 없이 전문가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 유지관리, 상담, 보수, 세척 등 정기적인 관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렌탈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의무사용기간을 36~39개월로 정해 두고 있다. 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렌탈 업체 관계자는 "중도해지 시 많게는 남은 렌탈비의 절반을 물어내야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계약 전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봐야한다"며 "또 여러 제품을 렌탈할 생각이 있으면 처음부터 패키지 렌탈을 고려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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