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변호사의 재심에서 당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는 조 변호사의 아내 이옥경씨가 출석해 1990년 작고한 남편을 대신해 남편의 혐의를 벗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당시 불법체포 돼 고문에 의해 진술했고, 진술 외의 나머지 증거들을 봐도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은 1971년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 제정 직전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탄압하기 위해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내란음모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 정부가 민주화운동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용공 혐의를 조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반국가단체구성 위반만 무죄 판결하고, 내란예비음모, 폭발물 사용 예비음모 등을 적용해 조 변호사와 심 의원에게는 징역 3년을, 이 전 의원과 장 대표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조 변호사는 징역 1년 6월을, 장 대표와 심 의원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이 전 의원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지난해에서야 이 전 의원과 심 의원 등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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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권변호사의 효시 故 조영래 변호사 (1947~1990) [사진=연합뉴스]
조 변호사는 서울대를 재학하며 한일기본조약 반대, 삼성그룹 사카린 밀수 규탄 등 학생운동을 주도했으며, 197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1973년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후 민청학련 사건으로 다시 6년 간 피신했으며, 수배기간에는 전태일 평전을 집필하기도 했다. 1980년 복권된 후에는 1984년 망원동 수재민 사건 집단소송, 1986년 여성조기정년제 철폐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 변론을 맡아 노동·여성·빈민을 위해 선두 역할을 했다.
그는 1990년 12월 폐암으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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