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은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31일 1.59%를 기록했다. 한은 기준금리(1.75%)보다 0.16%포인트 낮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는 단기 자금시장을 거쳐 장기 시장금리로 파급된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왜곡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와 3년물 국고채 금리의 차이는 지난달 초 0.02%포인트와 비교해 약 8배로 확대됐다. 기준금리가 뒤따라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미리 반영된 결과다.
지난달 31일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을 때도 금융통화위원 1명(조동철 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한 소수의견이 나오면 1∼4개월 안에 금리인하가 현실화했다는 전례가 있다.
소수의견 영향으로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0.06%포인트씩 하락한 1.72%를 기록, 기준금리를 밑돌게 됐다. 이로써 3년물은 물론 5년물(1.61%), 10년물(1.68%), 20년물, 30년물의 금리가 모두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갔다.
이처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역전된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직후인 2012년 10월 이후 6년 7개월 만이다.
한은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동결함에도 시장금리가 하락한 것은 국내외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시장 참가자들이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여기는 것이다.
경기둔화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차는 10년물과 3년물의 차이를 기준으로 0.09%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좁은 격차다.
반면 한은은 이 같은 시장의 예상에 대해 과도하게 앞서나갔다고 지적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하 소수의견에 대해 "말뜻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보고 있다"거나 "(소수의견이)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