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에 발도장을 찍고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것은 분명 역사적인 장면임에 틀림없지만, 자타공인 '쇼맨' 트럼프 대통령의 보여주기용 이벤트의 성격을 부인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좁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뭔가를 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심은 일관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행동으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져 있음을 꼬집었다.
비평가들은 또 싱가포르 회담이나 하노이 회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두 정상이 만나기만 했을 뿐 비핵화에서 어떠한 접점도 찾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떠들썩한 만남을 가질 때마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대선 주자들 역시 이번 회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 선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변인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희생하면서 독재자를 애지중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 무대에서 우리를 깎아내리고 국가로서의 우리 가치를 전복시키는 가장 위험한 방법의 하나"라고 비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ABC 인터뷰를 통해 "사진 촬영은 그만하고 외교적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평화를 위한다면서도 정작 이러한 임무를 담당하는 국무부의 예산과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이 '즉흥적'으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진전된 것은 북·미가 70년 적대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존 델러리 국제학 국제학 교수는 FT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번 악수는 평화의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록 카메라 앞에 비추기 위한 것이라도 여전히 양국이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고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모멘텀을 부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크리스틴 리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과 같은 선의의 제스처는 중요하다"고 밝힌 게 이런 맥락에서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이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었다면 실질적 비핵화의 돌파구는 실무협상을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잔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기금(CEIP) 애널리스트는 "톱다운 외교의 한계는 정기적인 실무협상으로 극복해야 한다"면서 "향후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진지한 외교"라고 강조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 월경했다. 그것은 오직 비핵화 협상, 검증 가능한 합의, 평화협정으로 이어져야만 역사적이라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멋진 사진과 화려한 행사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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