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EU 정상'으로 통하는 EU 집행위원장 후보를 두고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좀처럼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다고 도이체벨레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차기 집행위원장 지명자가 되려면 27개 회원국 중 21개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장 클로드 융커 위원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2대 정당인 중도좌파 사회당(S&D) 그룹의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이다.
자국 출신을 뽑고자 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힘겨루기 끝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네덜란드 출신 티머만스에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유럽 회의주의 이탈리아가 반대표를 더하고 EU를 탈퇴할 예정인 영국이 기권할 경우 21개 회원국 동의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또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은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며 EU 집행위원장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EPP가 내세우는 후보는 독일 출신 유럽의회 의원인 만프레드 베버다. 메르켈 총리는 당초 베버 의원을 지지했었지만 최근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티머만스로 한 발 물러섰다. 대신 베버 의원을 EU 지도부 다른 요직에 앉히기로 타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독일과 프랑스의 힘겨루기 속에서 티머만스 부위원장이 집행위원장이 되고, 베버 의원이 다른 요직을 차지할 경우 프랑스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자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차기 ECB 총재 후보군에는 프랑스 브누아 쾨레 ECB 이사와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꼽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후임을 내심 기대하던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로선 악재를 만난 셈이다.
바이트만 총재는 재정 보수주의자로 통하지만 최근 ECB 총재 자리를 염두한 듯 ECB의 구제금융 방안인 '전면적 통화거래'(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 OMT)'를 두고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드라기 총재의 적극적인 통화부양 기조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통화긴축 선회 입장을 접고 다시 통화부양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EU 정상들이 EU 집행위원장, EU정상회의 상임의장, ECB 총재, 유럽의회 의장,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EU 지도부 주요직 5개를 정하기 위한 세 번째 논의 자리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결렬로 끝나면서 EU 지도부 선출이 언제 마무리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또 EU 정상 가운데 일부는 5개 보직 중 여성에 2개 이상을 부여해 성비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유럽의회 3대 정당인 중도 '리뉴유럽' 소속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이 여성 후보들이다.
유럽의회 새 임기가 2일 시작하므로 늦어도 3일까지는 유럽의회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차기 ECB 총재의 경우 결정이 9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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