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에도 가계 빚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와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복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1일 국회예산정책처 '산업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가계신용 기준 1534조6310억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가계부채는 2005년 500조원을 넘어선 뒤 2013년 말 1000조원에 이르기까지 약 8년이 걸렸다. 여기에서 500조원이 더 불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5년에 불과했다. 가계부채 통계가 존재하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5년간 가계부채 연평균 증가율은 7.9%로 같은 기간 GDP(5.6%)보다 높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더라도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 5.8%는 2013년(5.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가계소득 증가율(3.9%)보다 여전히 높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27%로 세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에 달한다. 이는 국제결제은행(BIS)이 48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세계 1위인 스위스(127.8%)에 근접하고 2위인 호주(121.7%)를 넘어서는 결과다.
가계 빚이 늘어난다는 건 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미와 같다. 즉, 가계부채 잔액이 매 분기마다 최대치를 기록한다고 해서 경제가 반드시 어려운 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한은이 발표한 분기별 가계부채 통계를 보더라도 가계 빚이 감소한 적은 손에 꼽힌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폭이 경제성장률 증가폭을 웃도는 데 있다. 가계부채 비율 1% 포인트 증가는 장기적으로 실질 GDP 증가율 약 0.1% 포인트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상미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최근 '우리나라 가계부채와 소비 및 경제 성장의 관계'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1% 포인트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소비증가율은 약 0.08% 포인트 하락했고, 실질 GDP 증가율도 약 0.1% 포인트 감소했다"며 "저소득 계층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증 분석 결과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소비 감소와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거품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지속된다면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더 줄면서 향후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가계부채 비율은 부실화 위험이 크다는 의미"라며 "경기가 좋지 않아 부실대출이 되면 그야말로 부실로 연결돼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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