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업들이 전국 7개 규제자유특구에서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고 전국 7개 지역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특구는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대구- 스마트웰니스 △전남- e-모빌리티 △충북- 스마트안전 △경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부산- 블록체인 △세종- 자율주행 등이다. 이 지역은 총 58개의 규제특례가 허용된다. 특구 지정기간은 4~5년이다.
◆꽉 막혔던 원격의료‧자율차 본격 확산 기대
강원도는 이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원격의료가 가능해진다. 원격의료는 의사가 환자를 대면해 진료하는 게 아닌,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 행하는 의료행위다.
원격의료는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공론화됐으나 의료의 질 하락 등을 이유로 내건 의료계의 반발과 규제 탓에 20년째 제자리걸음이던 사업이다. 그 사이 미국‧일본‧프랑스는 물론 중국까지 원격의료를 허용하면서 앞서갔다. 일본에서는 2015년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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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제공]
한국은 이번에 규제특례로 강원도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강원도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및 내원안내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행할 수 있게 됐다. 단, 진단‧처방은 간호사 입회 하에 행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원격의료의 전 과정을 민간의료기관에서 종합적으로 적용‧실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민간베이스로 시도하는 것으로, 환자가 자택에서 원격으로 의사와 의료상담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표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자율주행차 역시 세종시에서 실제 승객이 탑승하는 자율주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대중교통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자율버스 운행 실증을 허용해 국내 최초 자율주행차 상용화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폐배터리에서 희토류 등을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사업도 규제에서 벗어났다. 희토류는 세계 희토류 생산의 95%를 차지하는 중국에 우리 역시 사실상 의존하고 있다. 휴대전화‧반도체‧전기차 등 첨단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광물이다.
최근 일본은 수출규제 품목에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포함시키면서 국내 기술력 확보 등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뿐 아니라 필수 소재의 고순도 기술 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규제샌드박스와 달라’ 통 큰 패키지 완화··· “재정‧사업화 등 지원 강화”
이번 규제자유특구는 타 부처의 개별단위 규제 완화를 넘어 지역단위로 핵심 규제들을 패키지로 완화해 비수도권 지역의 신산업 육성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메뉴판 식 규제특례가 적용되며, 예산‧세제 등 재정지원도 받을 수 있다. 규제혁신 3종 세트 적용 외에도 201개 규제특례를 열거하고 해당 지역이 필요한 규제특례를 자율적으로 선택‧확정했다.
통 큰 패키지 규제 완화와 재정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까다로운 평가와 심사를 거쳐 지역을 선정했다. △지역의 특성‧여건 활용 △혁신성 및 성장가능성 △경제적 효과 등 7가지 평가기준을 종합 검토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역인프라, 규제샌드박스, 세부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기준으로 사업준비성을 평가해 지역혁신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파급효과가 큰 사업 위주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참여기업에 대한 성과창출을 위해 재정‧사업화 등 기업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지원은 특구 내 혁신사업 또는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기업‧대학‧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R&D를 지원한다. 사업화는 특구 참여기업에 대한 시제품 고도화‧특허‧판로‧해외진출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실증특례 부여 시 관계부처 검토를 통해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건을 부과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사업시행 과정도 수시로 점검해 문제가 있는 경우 언제든지 취소하는 등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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