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이 수출심사 우대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면, 국내 대부분의 산업군이 영향권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일본과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악화된 양국 관계가 지속돼 관광 등으로 확산될 경우 체력이 약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12개 지방청에 설치한 일본 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에 일부 건의사항만 접수됐을 뿐 직접 피해 신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 하청업체 일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지만, 정부로부터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받을 만큼 수출규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컸던 중소기업이 적었다는 의미다. 이는 일본의 초반 수출규제 대상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이 두 번째 카드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꺼내든다면 중소기업계의 상황은 지금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이 제외되면 영향을 받는 품목은 1100여개에 달한다.
중소기업계에서 우선 거론되는 품목은 일본산 의존도가 40% 정도인 금속 공작기계다. 기계 제어 시스템 등의 부품 제작에 사용되므로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력도 적잖은 품목이다. 독일 등 다른 국가에서 대체 수입을 하려 해도 가격이 비싸 부담이다. 탄소섬유도 일본 산케이신문이 꼽은 한국기업의 직접 피해가 불가피하면서 일본기업의 피해는 크지 않은 품목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통관이 엄격해지면 제조업 분야 전반에 제약이 따르고, 나아가 소상공인들에게도 위협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제조업 피해는 소상공인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이 활력을 잃게 된다면 이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냉각된 양국 관계의 장기화는 제조업계를 넘어 관광 등의 산업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지금 같은 한·일 관계가) 장기화될 경우 대부분 소상공인이 영위하는 여행‧관광업이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 수는 올해 3월 37만5000명을 기록한 이후 4월 29만명, 5월 28만6000명, 6월 28만2000명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가장 먼저 관광객 수가 급감하는 현상은 자주 발생해 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감소한 게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수출제한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59%는 수출규제 지속 시 6개월 이상 감내하기 어렵고, 46.8%는 자체적인 대응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제3국 소재 수입 등 소재 거래처 다변화에는 1년 이상 소요된다고 답변한 기업도 절반 수준인 42%였다.
한편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선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보유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컸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 중 높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만, 판로에 대한 담보가 없어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정부 역시 우리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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