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재팬타운을 찾은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을 고르고 있다.[사진=조아라 기자]
“밥까지 눈치 보면서 먹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5일 정오 동부 이촌동 재팬타운의 한 일식집에 방문한 한영자씨(63‧여‧가명)는 주위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씨는 “날씨가 덥다보니 일본 음식이 생각났다. 동네 주민들과 삼삼오오 모여 단골집에 방문했지만,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씨와 함께 자리한 동네 주민도 “너무 심하게 몰아간다. 이 근방엔 일본 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일식집도 많은데 서로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두 달째 이어지는 데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어, 재팬타운의 상권이 큰 타격을 받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현장에선 대부분 ‘사장님’들이 미미한 영향만 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촌역 인근이 베드타운인 만큼 대부분 손님이 동네 주민이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4호선)에 따르면 올해 6월과 7월 이촌역 승하차 인원은 각 59만7460명, 61만3145명으로 지난해 6월(60만5800명), 7월(61만795명)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의중앙선 승하차 인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부 이촌동 재팬타운 먹자골목. 점심 시간임에도 사람이 별로 없이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김태림 기자]
재팬타운 인근에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성상철씨(38‧남‧가명)는 “최근 일본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은 적이 있는데 괜찮다. 여기 오는 손님들은 한국인과 일본인인데, 서로 적대하거나 그런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점심시간 돈가스, 카레 등 일본음식을 파는 일식집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동네 사람들로 붐볐다. 대표적인 불매운동 제품으로 떠오른 유니클로 매장이 한가한 것과는 반대되는 분위기였다.
윤민정씨(33·여성)는 “일식집에서 밥 먹는다고 해서 일본으로 내 돈이 가는 건 아니다. 일본에 직접 돈이 가는 물건을 살 때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네 친구들과 일식집을 찾은 이영숙씨(61·여·가명)는 “불매운동 이후 일식집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 별로 못 느낀다. 일식집 운영하는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냐”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타냈다. 이촌역 인근 한국식당을 이용한 한 손님은 “유니클로도 앞에 순찰대가 있다고 하니까 매장 앞에만 가도 눈치가 보인다. 일식을 먹고 싶어도 시선을 의식해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밝혔다.
재팬타운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윤철씨(48·여·가명)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식집에서 오찬을 갖자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 않았냐. 불매운동 영향으로 큰 폭은 아니지만 손님이 줄긴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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