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시험(PHOCUS)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 결과에 대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2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 약속을 지켰지만 신뢰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문은상 대표와 신라젠은 자사주 매입은 물론 최근 ‘펙사벡’ 임상 중단으로 촉발된 각종 의혹을 적극 해명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신라젠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며 책임을 지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4일 문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간암 표적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주주들한테 빌린 돈을 아직도 갚지 못한 상황이지만 주주들이 추가지분 매입을 원하면 돈 더 빌려와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송명석 신라젠 부사장도 “펙사벡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로 신라젠 주식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고 거들었다.
신라젠은 미국의 임상 중단 권고 사실을 미리 알지 않았냐는 의문과 발 빼기 의혹 등으로 주주와 바이오업계에서 불신이 겹쳐진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문 대표는 12만9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그의 매입도 신라젠의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날 문 대표의 매입 사실이 알려지며 신라젠의 주가는 낙폭을 줄이는 듯 했으나 사흘연속 하한가로 마감했다. 7일 오후 현재 전날 종가 1만5300보다 낮은 1만4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라젠은 임상 중단에 대한 원인 분석 중간 결과를 알리며 주주 달래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라젠은 임상 참여자들 중 35%가 임상 약물 외에도 다른 약물을 투여 받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신라젠 측은 임상 조기 종료 결정 후 임상 참여자들 중 상당수가 추가 약물이 투여된 사실을 확인했고, 대조군이 실험군보다 그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는 구제요법이 임상 데이터에 합산이 됐음을 의미한다. 구제요법은 임상 과정에서 임상 약물로 1차 치료 반응이 없을 때 경제력이나 보험급여 여부, 환자의 후속 치료 의지 등을 담당 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다른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권혁찬 신라젠 임상총괄 전무는 “임상 3상에서 다른 약을 추가 투여한 구제요법이 시험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펙사벡의 약효 문제는 아닐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라젠의 성급한 임상 설계가 이번 임상 중단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라젠은 다국적제약회사 바이엘의 간암 표적 치료제 넥사바에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임상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했다가 생존율 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 없이 임상 3상을 시작한 것은 결국 임상 중단으로 성급했다는 결과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라젠은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펙사벡’ 간암 환자 대상 임상 3상 시험 무용성 평가와 관련해 미국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DMC)로부터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 받았다.
신라젠은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 사실을 보고해야 하며, 각 병원에서 진행되던 환자 모집 등 펙사벡 관련 모든 임상 절차가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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