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김씨는 사업자등록 후 사업을 하면서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씨는 2년여 동안 명의를 대여한 사실을 새까맣게 잊은 채 살았다. 결국 곯았던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김씨의 세금 체납으로 인해 납부하지 않은 세금 5000만 원이 최씨에게 부과됐다. 김씨의 소유 예금이 압류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믿을 만한 지인이라는 이유로 명의를 빌려주거나 금전적 대가를 받고 명의를 판매한 후 막대한 피해를 입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명의를 빌려간 사람이 세금을 신고하지 않거나 납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업과 관련된 모든 세금은 사업자등록에 표기된 대표자에게 부담된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근로소득이나 다른 소독이 있을 경우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새로운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만약 명의를 빌려간 사람이 재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예금·부동산 등의 재산을 압류하게 된다.
이런 행위는 상법 제39조 및 조세범처벌법 제11조 제2항에 의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사업에 관여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추후에 밝혀지더라도 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또한 명의를 대여해 준 사실은 국세청 전산망에 기록된다. 본인이 향후에 사업을 하고자 할 때에도 이런 기록들이 남아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명의대여는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책임을 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나는 명의만 대여해줬을 뿐 실질적 사업자는 다른 사람입니다'라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실질사업자를 밝히면 불이익을 면할 수 있다.
문제는 실질사업자와 명의자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명의대여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입증을 매우 어렵다. 이미 명의자의 이름으로 통장과 카드를 개설해 사용했다면 금융실명제로 인해 명의자 본인이 거래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 사업자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잠적했다면 명의대여 사실을 입증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선의로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법적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을 낳을 수 있다"며 "명의를 빌려간 사람이 재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재산을 압류하는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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