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미디어랩 강정석 박사는 지난 4일 아주경제가 개최한 ‘제11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19 GGGF)’ 특별세션 'AI 전문가와 청소년과의 유쾌한 대화'에서 100여명의 학생들 앞에 서서 이같이 당부했다. 강 박사는 하버드대에서 응용물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MIT 미디어랩에서 뇌 과학 및 딥러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원이다.
강 박사는 미국 대학에서 AI 연구를 하며 얻은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했다. 그는 "박사 과정에서 AI가 창의성을 가질 수 있는지 연구했다. 창의성의 원천인 우리 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 MIT는 340여개의 뉴런(신경)을 보유한 애벌레로 뇌 연구를 시작했다. 이 벌레의 뇌를 하나씩 잘게 잘라 종이에 붙인 후 이를 현미경을 통해 사진으로 촬영했다. 애벌레의 신경말을 찾고 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뉴럴 네트워크(신경망)의 구조를 알 수 있었다. 이 구조도를 통해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신경망을 재현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딥러닝(인공신경망)이라는 기술이 태어났다"고 말했다.
뇌 과학이 AI 기술 개발에 꼭 필요한 기초 기술임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의 설립자 데미스 허사비스도 뇌 과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한국은 뇌 과학 연구의 변방이다. 캐나다의 AI 연구소 엘리먼트 AI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최고급 AI 인재 405명 가운데 뇌 과학을 전공으로 하는 연구원은 전무하다. 주로 컴퓨터과학(27%), 컴퓨터공학(26%), 수학 및 통계학(19%) 등에 몰려 있다.
그는 인간 창의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맥스웰 방정식'을 들었다. 전자기학의 기초가 되는 이 방정식은 수학적 지식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맥스웰 본인은 이 공식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수학적 지식이 없었다. 맥스웰은 파장들의 움직임을 상상해서 방정식을 완성했다. 그 뒤 사람들이 연구를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강 박사는 "창의성이란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며 "현재 빅뱅에 대한 연구도 관찰할 수 없는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인간의 창의성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박사는 AI 기술이 악용되면 개인의 생각까지 읽어낼 수 있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추진 중인 '뉴럴링크' 사업을 꼽았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AI 칩을 삽입해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읽어내려는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인간과 기계가 직접 소통하는 '초지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강 박사는 "이러한 초지능을 악용해 타인의 생각을 읽고 해킹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AI 연구자들은 철저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MIT에서는 AI 수업에 앞서 윤리 수업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지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뇌 신호를 정확히 파악하면 인간이 말을 하지 않아도 생각과 의사를 공유할 수 있는 '텔레파시'와 다름 없는 능력을 얻게 될 것"이라며 "생각만 하면 스마트폰이나 PC에 관련 내용이 입력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MIT,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을 포함해 미국의 많은 AI 스타트업이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한국 학생들도 향후 AI와 뇌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기술과 윤리에 대한 공부를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