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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LG "할 말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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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09-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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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달라졌다. 그동안은 정도 경영을 추구하는 점잖은 이미지였다면, 최근에는 다소 껄끄러울 수 있어도 할 말은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재계에서는 LG가 '파이터'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LG전자는 이달 6~11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8K TV 기술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첫 시작은 부스 투어였다. 백라이트에 양자점 소재의 컬러필터를 입힌 삼성전자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CM)가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6일 열린 삼성전자 간담회에서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LG전자의 주장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19'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에서 7일(현지시간)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 부사장이 8K 해상도의 표준규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

LG전자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열린 '테크 브리핑'에서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8K TV를 구매할 때 정확하게 무엇을 구매하는지, 국제 기준에 맞는 TV를 구매한 것인지 아닌지 알 권리가 있다"고 운을 뗐다. 간담회를 8K TV 설명에 할애하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박 부사장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표준규격에 따르면, 8K는 픽셀의 개수(화소수)와 화질 선명도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며 "CM은 50% 이상이어야 사람의 눈으로 인접 픽셀들을 구분할 수 있는데 삼성의 8K TV는 픽셀의 개수는 만족시켰을지 몰라도 CM이 12%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개된 자리에서 경쟁사의 회사명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LG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간담회에서 '소비자 호도', '눈속임'과 같은 격한 단어까지 사용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달 17일 서울에서 별도의 브리핑을 열고 이와 관련한 설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실상 2차전인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5월에도 감지됐다. LG전자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과 삼성전자의 QLED가 비교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표현했다. 당시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이정석 상무는 "QLED TV는 2000년대에 나온 LED(발광다이오드) 색을 좋게 만든 고색 재현 TV로 올레드와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 공장 [사진=LG화학 제공]

LG의 또 다른 계열사인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LG 측에서 SK에 먼저 총을 겨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배터리 연구·생산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고, 이들이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1900건의 핵심기술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맞소송으로 맞서자, LG화학은 특허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재계에서는 LG의 변화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4위인 LG가 1위인 삼성과 3위인 SK에 거침없는 발언을 하고 행동을 옮기는 것은 서열주의에서 벗어나 '내 것을 확실히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확실히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스탠스가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LG는 최근의 분위기를 구광모 회장과 연결짓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회장은 그룹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지만 각 계열사별로는 독립적으로 경영판단을 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일 뿐이므로 확대 해석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9일 내연기관과 대등한 주행거리를 갖춰 전기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앞당길 게임 체인저로 개발 중인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노기수 LG화학 CTO,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구광모 LG 대표). [사진=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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