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절벽이 온다] ①저출산·고령사회 대응 14년째인데 '출산율 하락' 여전…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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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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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혼·비혼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응책 '출산 부부'에게만 집중

  • 혼인율 감소→출산율 하락으로…'맞춤혐 혼인장려책' 필요

한국이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 통계(확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전년 대비 0.08명(7.1%)이 줄었다. 이는 출생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최저치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신생아 수로, 한국 여성이 가임기간에 출산하리라고 예상되는 아이의 평균 수가 1명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경계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5명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함과 동시에 세계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됐다. 저출산 국가로 알려진 일본(1.43명), 그리스(1.35명)보다 낮은 합계출산율에 ‘저출산 공포’가 한층 증폭됐다.

OECD는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나라를 ‘초저출산국’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2001년부터 18년간 ‘초저출산국’으로 불리고 있다. 정부는 ‘초저출산국’이라는 수식어를 떼기 위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 예산 152조9000억원을 투입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올해도 26조3190억원을 저출산 대응책 예산으로 배정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출산율을 곤두박질치자 정부의 저출산 대응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미지=이승희 인턴기자]


◆수십조 예산 투입에도 “도움 안 된다”, 이유는?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조 단위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에는 기본계획 첫 수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인 26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배정된 예산은 △청년 일자리·주거 대책 강화(청년 고용 활성화·신혼부부 주거지원) △난임 등 출생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맞춤형 돌봄 확대·교육개혁(맞춤형 보육·돌봄지원 체계 강화)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해소(남성·중소기업 등 양립 여건 강화) 등에 쓰였다.

예산 대부분은 신혼부부 등 주거 지원 강화에 쓰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출산대책 예산은 아이가 있는 부부의 양육 부담 완화에는 효과적이지만, 결혼 자체를 거부·연기하는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2030 젊은 세대의 결혼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저출산 예산이 이미 육아에 뛰어든 부부에게만 집중됐다는 것이다. 

실제 미혼자들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결혼·출산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평가됐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44세 이하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을 진행한 온라인 ‘2019 결혼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정부의 저출산 타개 정책 효과가 없었을 것으로 봤다. 세부적으로 정부의 저출산 타개 정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6.3%, ‘별로 안 됐을 것’은 38.7%에 달했다.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본 응답자는 10.0%에 불과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동떨어지는 사업 진행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교육과 고용과의 연결고리 강화의 명목하에 시행된 '청년 해외 취업 촉진', '대학인문역량강화' 등이 저출산 해결과 연관석이 떨어지는 대표 사업이다. 이에 대해 김종훈 한국보건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런 정책을 추진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인구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출산율 감소는 혼인율 하락 탓?···'맞춤형 혼인장려책' 필요성↑
이삼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에서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또는 결혼 거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루는 태도 증가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책적 개입 즉 결혼장려정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혼 사유에 따른 맞춤형 혼인장려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혼이 아닌 결혼을 적극적으로 포기하는 비혼자에게 전세자금대출 지원책 등 신혼부부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방식의 정책은 소용없다는 것이다.

이철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이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저출산·고령화 대응정책의 방향:인구 정책적 관점’ 연구를 통해 “혼인율 하락이 합계출산율 감소의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임기(15~49세) 여성 감소, 만혼·비혼증가에 따른 기혼여성 비율 감소, 결혼 부부의 출산율 변화 등을 출생아 수를 줄어들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이 교수는 “결혼의 감소가 단기적인 사회경제적 변동이나 정책적 변화로 쉽게 반전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혼에 대한 미혼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매우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2만5263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70명(6.5%)이 줄었다. 이는 동월 기준 역대 최저치다. 혼인 건수도 줄었다. 7월 혼인 건수는 지난해 7월보다 911건(4.5%)이 줄어든 1만9180건을 기록했다. 반면 이혼 건수는 9497건으로 지난해보다 170건(1.8%)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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