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SK, LG 배터리 소송 비용 5000억원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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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9-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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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원. 두 기업이 4년 간 지불해야 할 돈이다. 연구개발(R&D) 비용이 아니다. 주주들을 위한 배당금은 더더욱 아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해외 로펌에 줘야 할 돈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상대방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상태다. ITC는 현재 이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종 판결은 내년 말쯤 나올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최장 3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현지 로펌을 선임해야 한다. 문제는 한 기업당 매월 우리나라 돈으로 50억원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LG화학의 경우 두 개의 로펌을 쓰고 있어 100억원 가량 소요된다. 양사가 한 달에 150억원을 쓰는 셈이다. 

부대비용 등을 더하면 2년 동안 양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4000억원 가량이다. 연방 법원 소송을 포함하면 5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는 올 한해 LG화학 영업이익 추정치의 35% 수준이다. 벌어들인 이익 상당 부분을 소송비로 사용하는 꼴이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여거저기서 아우성이다. 2분기 기업 성적표를 보니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기업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올해 양사도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약 30% 가량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이 나빠지면 기업들은 당장 허리띠부터 조인다. 하지만 이들 두 회사는 불황인데도 돈을 물 쓰듯 하고 있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해내가야 할 기업들이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허공에 뿌리는 셈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자국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중이고, 유럽은 각국 정부가 중심이 돼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합작법인들을 만드는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자체 기술 역량을 확보해 향후 주도권을 아시아에 내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반도체가 몰락한 이유는 '기술력은 여전히 우리가 높다'는 자만심이었다. 지금 두 회사의 특허싸움도 자만심이 낳은 여유가 아닐까 싶다. 최근 양사 최고 경영진이 만나 서로의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 지리한 싸움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양성모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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