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제2벤처 붐 완성을 위해선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 대기업 자금이 벤처 생태계에 투입되고, 투자회수와 재투자, 연쇄창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벤처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벤처투자 시장에 흘러들어 온 자금은 총 4조5295억원(2조3739억원 투자, 2조556억원 조합 결성)에 달하는데, 같은 기간 M&A를 통한 투자 회수는 64억원에 그쳤다. 장외매각 및 상환을 통한 투자 회수(2555억원), IPO(2030억원), 프로젝트(1197억원) 등과 비교하면 M&A를 통한 투자 회수는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M&A는 매년 외면받아 왔다. 2014년 164억원 규모였던 M&A 투자 회수금액이 지난해 40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 5년간 투자 회수금도 늘어나면서 전체 회수액의 3%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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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M&A를 통한 투자 회수 비중이 낮은 이유는 대기업들이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고, 투자하기 좋은 벤처기업을 찾지 못해 현금을 쌓아두기만 한 영향이 크다”며 “해외에서는 스타트업 간 합종연횡도 많은데, 한국은 이마저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경제구조상 대기업이 나서야 중견기업도 따라서 벤처기업 M&A를 추진하고, 유니콘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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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페어 '2019 넥스트라이즈'에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스타트업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
M&A는 IPO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소재‧부품 제조 분야 성장에 특히 유용하다. 제조기업은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까지 추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 대기업이 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면 해당 벤처는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투자자는 투자금 회수, 대기업은 핵심기술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단기간에 강소 소재‧부품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M&A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기업 매도매수 시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M&A에 대한 부정적인 국내 인식, 계약 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 등이 M&A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손필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M&A지원센터 팀장은 “매수‧매도기업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참가자의 변심으로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M&A를 통한 투자회수를 어렵게 한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면 ‘문어발식 확장이다’, ‘기술 탈취다’라는 부정적 인식도 있다”며 “소재부품 스타트업이 창업해서 고유 기술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M&A다. 기업평가를 위한 기준을 정립하고, 기술성과 사업성을 충분히 갖춘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면 대기업도 해외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창업 활성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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