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이 62년 전통의 토종 여성 속옷브랜드 남영비비안을 사실상 인수하게 됐다. 남영비비안은 유니클로 등과 같은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와 원더브라와 같은 해외 수입 브랜드의 공세에 못 이겨 지난 7월 라자드 코리아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경영권 매각절차를 진행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방울·광림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남영비비안의 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협상에 차질이 없다면 내달 15일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예상 매각 규모는 시가총액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매각 대상은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지분율 23.8%)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58.9%와 자회사의 지분 등이다.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는 셈이다.
남영비비안은 1957년 설립된 회사로, 대표 여성 속옷 브랜드인 비비안을 중심으로 62년간 국내 여성 속옷 시장을 선도했다. 남영비비안은 비비안을 비롯해 비비엠, 마터니티, 젠토프, 수비비안, 로즈버드, 판도라, 드로르 등 8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속옷 브랜드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남영비비안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남영비비안은 지난해 매출 2061억원,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17년) 매출 2094억원, 영업이익 5억원에서 악화된 실적이다.
매각설이 불거진 지난 7월 남영비비안은 사업보고서에 “국내 여성용 내의류(파운데이션, 란제리)는 노동집약적인 섬유 봉제 산업의 특성상 생산 비용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다품종 소량 생산에 따라 비용절감과 큰폭의 수익창출 요소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여성 내의류 시장은 시장 진입이 어려웠으나 최근 신규업체들이 해외 브랜드의 수입을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포화상태의 시장 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시장 대응이 상대적으로 빠른 소규모 신규업체들의 진입으로 촉발된 경쟁 가속화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형업체들에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방울은 1963년 창립해 1987년 독자 브랜드 TRY(트라이)를 출시하며 내의 제조유통 전문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남영비비안을 인수해 쌍방울과 함께 남녀 토털 속옷 브랜드로 국내외 내의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원가절감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등 광림의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수출시장 다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원활한 인수를 위해 후속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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