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사실상 올해 연간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 성장했다.
2분기 성장을 이끌던 정부의 기여도(1.2%포인트)는 3분기 재정 집행 동력이 떨어지며 0.2%포인트에 그쳤다.
분기별 정부 재정 집행 규모는 1분기 138조2000억원, 2분기 137조2000억원, 3분기 96조6000억원이다. 1분기 성장률이 -0.4%였고, 정부 기여도가 -0.6%포인트에 달하자 2분기 예산 집행을 집중한 결과다.
그렇다고 민간 기여도가 개선된 것도 아니다. 민간의 기여도는 전분기(-0.2%포인트) 기저효과로 플러스 전환(0.2%포인트)했지만, 경제 성장을 이끌 수준은 아니었다.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0%포인트로 2분기(0.3%포인트)보다 악화했다. 민간투자는 -0.7%포인트로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여도를 이어갔다. 수출 감소세가 줄면서 순수출의 기여도가 플러스(1.3%포인트)로 돌아선 게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부문에서 설비투자와 건설부문이 조정 과정을 거쳤고, 투자가 약화되는 등 이례적 요인이 가세했다"며 "향후 경기는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의 향방, 반도체 경기 회복 시점, 민간 성장모멘텀 속도 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올해 연간 성장률은 2.0%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2.0%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3분기 성장률이 최소 0.6%는 돼야 가능한데 3분기가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 현재로서는 4분기에 1%로 반등해야 연 2% 성장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성장률이 1분기 -0.4%에서 2분기 1.0%로 반등한 것은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재정지출 효과가 컸지만, 4분기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10월 1~20일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9.5% 감소해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예고했다. 8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증가했고 이 중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 대비(1.2%), 전년 동월 대비(2.4%) 모두 늘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실질 GDP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건 1954년 이후 네 차례밖에 없었다. 흉작을 겪은 1956년(0.7%),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5.5%),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으로 주로 경제위기를 겪은 해다. 연 2% 성장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이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연 1%대 성장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2% 성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겠지만, 4분기에는 정부의 재정 노력 등 여러 변수가 있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우려하는 바"라고 말했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내수부진으로 인한 성장률 악화를 시사하고 있다"며 "상반기 과도한 재정소진으로 인한 여력 부족 등으로 연간 2%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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