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25일, 늦어도 이달 중으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WTO는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받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TO가 90일 안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개도국 대우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관계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격을 봤을 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농업계가 걱정하는 것만큼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늘 관세율은 360%에서 108~276%, 인삼은 754%에서 226~578%로 각각 떨어진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현재 1조4900억원까지 허용된 농업보조금 총액도 8195억원으로 축소된다. 쌀 가격이 내려갈 때 이를 보전해 주는 변동형 직불제 축소도 불가피하다.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정부의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면 미국은 당연히 미국산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개도국 지위는 미국이 준 것이 아니라 WTO 협정에 따른 것이다. 현 시점에 한국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것 또한 통상 관료들의 어처구니없는 인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농업인 단체와의 두 번째 민·관합동 간담회에서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이 제도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익형 직불금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재정 여건을 보며 농업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지속해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정부는 내년도 농업예산 규모를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4.4%)로 확대한 15조3000억원을 편성했고, 지방 이양 예산까지 포함하면 증가율이 10%에 육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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