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나 작가가 2018년작 '봄 성 II' 앞에 서 있다. [이한선 기자]
선화랑은 13일부터 30일까지 이만나(49) 개인전 ‘먼 봄’을 열고 회화 14점, 드로잉 9점을 선보인다. 1층에는 신작들이, 2층에는 기존에 작업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작가 작품들은 세밀한 표현이 특징으로 작업 기간이 6개월 정도로 긴 것이 특징이다.
풍경화지만 추상성을 담고 있는 작품도 있다. 2011년작 ‘두 갈래 길’은 두 개의 그림이 하나의 작품이다. 길의 한쪽에 나무가 심어져 있는 가운데 한 쪽 그림은 작가가 돌아서 지나온 길을 그린 것이고 하나는 앞으로 나갈 방향을 그대로 그린 것으로 과거와 미래를 같이 표현하고 있다.
2019년작 ‘봄 숲’의 경우 물감을 뿌리는 기법을 사용해 숲의 어두운 부분을 표현했다. 강북 한강변의 주택이 있는 풍경을 그린 2018년작 ‘봄 성’ 시리즈는 캔버스에 유화가 아닌 장지에 아크릴로 그렸다. 부슬비가 약하게 오는 풍경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비가 내리는 방향을 표현하는데 어울려 이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고 작가는 밝혔다. 작품을 보면 비가 내리는 방향성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장지에 물감이 계속 스며 들면서 여러 겹을 칠하는 기법을 활용했다.
2019년작 ‘봄 산’에는 한강변의 언덕과 함께 아파트가 등장한다. 2017년 작 ‘벽 앞’에도 아파트의 벽이 들어 있다. 이 작가는 “서울에 살면서 봄에 대한 완벽한 경험을 하지 못했기에 이상적인 고향의 봄이 아닐 수 있다고 봤다”며 “아파트가 흉물스러울 수 있지만 아파트를 없앤 봄을 표현할 수 없겠더라. 아파트를 넣으면 낭만적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느낌으로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고 대기의 느낌까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겨울이 혹독할수록 더 봄을 갈망하게 된다”며 “길었던 겨울의 여파 때문인지, 내게 봄은 항상 아득하게 느껴진다. 안개 속의 풍경도 그 짙음의 정도가 미세먼지 수치와 연동할 경우 더 이상 낭만적이지만은 않듯, 우리가 기다리는 그 봄은 이제 기억 속 어디 먼 곳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꽃피는 화사한 봄은 아직 저 강 건너, 혹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 저 너머에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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