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부의 범부처 인구정책 TF의 세 번째 전략인 '고령인구 증가 대응방안'이 발표됐다. 대부분 방안이 은퇴 이후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택연금 등의 가입 문턱을 낮추거나 퇴직·개인연금을 통한 은퇴준비를 위해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은퇴생활자에게 자산보다 중요한 것은 매월 끊기지 않는 현금흐름이라는 것이 TF의 결론이었다.
은퇴준비에 있어 은퇴준비자와 은퇴생활자의 재무설계는 다르다.
만약 내가 은퇴준비자라면 은퇴 이후 필요자금 준비를 위한 현재의 소득을 활용한 은퇴자산 준비가 중요하다. 하지만 은퇴생활자는 지금까지 준비된 은퇴자산을 효율적으로 잘 배분해 사용하거나, 유동화해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메트라이프생명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 발표한 '한국 가계의 자산배분에 대한 인식조사'를 보면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이 보유한 금융자산:비금융자산 비율은 20:80으로 미국(70:30), 일본(64:36)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5060세대의 금융:부동산 자산의 비율은 60대 19.3:80.7, 50대 23.7:76.3으로 아주 높게 나타나면서 은퇴 이후 현금흐름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했다.
그러다 보니 하우스푸어 또는 반퇴푸어(퇴직 이후 생활자금이 부족해 은퇴자금을 만들고자 일자리를 찾거나 일을 하는 사람)의 개념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집 한 채밖에 남지 않은 은퇴자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집을 줄여 처분 후 남은 돈으로 생활하거나 즉시연금, 월지급식펀드 같은 상품을 가입해 매월 연금 형태로 지급 받으며 유동성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주택연금을 통해 종신토록 연금을 수령하며 계속 그 집에서 생활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인구정책 TF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며 주택연금 가입 연령을 60세에서 55세로 낮추고, 대상 주택을 시가 9억원 이하의 실거주 주택에서 공시가 9억원(시가 13억원 예상) 이하의 실거주 주택과 전세를 준 단독·다가구 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퇴직급여를 장기에 걸쳐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연금소득세율을 하향 조정하거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개인연금(IRP)의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적 차원에서 은퇴 이후 원활한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구체적 방안이 실현돼 한국인의 노후준비 상태가 개선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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